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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바람처럼 Nov 11. 2024

작가의 삶을 독특하게 그린 영화

<마틴 에덴>을 보고



거친 세상을 향해 맨몸으로 부딪히며, 사랑 때문에 문맹에서 작가가 된 남자의 이야기다.


바닷가 선창에서 몸뚱이 하나로 거칠게 살아온 마틴 에덴은 우연히 괴롭힘 당하는 청년을 돕고, 청년의 집에 초대된다. 거기서 부유한 집안의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여인은 에덴에게 정신의 불꽃을 촉발한다. 에덴은 자신도 여인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에덴은 독학으로 글자를 깨우치고, 헌책방에서 게걸스럽게 책을 읽어 간다. 그러다 스펜서라는 작가에게 영감을 받고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뜬다. 그리고 자신이 치열하게 살아온 날 것 그대로의 경험을 글로 토해내기 시작한다. 


엘레나는 사회 비판적 글을 쓰는 에덴을 만류한다. 에덴이 현실과 타협하기를 원하지만 에덴은 자신이 살아온 처절한 삶과 부조리한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어느 날 에덴은 자신을 조롱하는 엘레나의 가족들 앞에서 위선과 모순을 풍자하는 시를 읊어 정곡을 찌른 후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 자리에 있던 술주정뱅이 삼촌은 그의 재능을 알아본다.


에덴을 세상과 타협시키려 했던 여인은 결국 결별을 선언하고, 에덴은 몇 년 간 외딴 시골에 틀어박혀 글을 쓴다. 


에덴은 처절하게 심장의 언어로 글을 써서 마침내 유명해진다. 한편  세상의 부조리를 날 것 그대로 글로 풀어내면서 영혼은 갈수록 피폐해진다. 사랑을 위해 글을 배워 작가가 되기로 했고, 작가로서 큰 성공을 이뤘지만 삶은 공허할 뿐이었다.


마침내 자신을 떠났던 연인이 돌아와 다시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사랑과 현실의 모순을 모두 보아버린 남자는 여자를 거부한다.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며 자신이 성공하지 못했으면 돌아오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성난 사자처럼 포효한다. 남자의 말에 가슴을 베인 여자는 피를 흘리듯 눈물을 쏟으며 돌아선다. 


다시 찾아온 연인을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웠던 남자는 자신이 씌운 생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그 속으로 들어가 침몰한다. 


현실은 서로 물고 뜯기는 전쟁이 시작되고, 외진 바닷가에서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노인의 외침은남자에게 모순 뿐인 삶의 혼돈을 다시 일깨운다.


노예와 같은 삶을 수천 년 반복하는 인간의 삶 앞에서 끓어오르던 생의 의지를 놓아버린다.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을 뒤로 하고 남자는 일어나 바다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망망대해를 바라본 후 밀려오는 파도를 거슬러 헤엄쳐 나간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납게 출렁이는 파도를 향해 나아가는 남자의 모습이다. 거친 세상에 맞서 분투하는 남자를 은유하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서 보인다. 남자는 강하지만 때로는 한없이 약한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다. 오직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여인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들을 게걸스럽게 읽으며 자신이 살아온 삶과 현실, 고통스러운 자신의 사랑을 돌아본다. 그 모든 아픔과 고통과 치열함을 글 속에 마음껏 쏟아낸다. 수 없이 원고를 거절 당한 끝에 재능을 알아본 출판사를 통해 작가가 되고, 특유의 필치로 큰 성공을 거둔다. 


이 영화는 잭 런던의 자전적 소설 ‘마틴 에덴’을 각색한 영화라고 한다. 글로써  부조리한 세상을 일갈했지만 에덴의 삶은 공허하기만 하다.  작가란 무엇을 왜 읽고 쓰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로서의 여정을 독특하게 그린 영화를 보며 글을 쓰는 이유, 책을 읽는 이유를 다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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