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추천도서] 나를 살게 하는 것들(김창옥 저)
제1부 - 07 시기적절 직장인
백선배: 하······. 진짜 짜증나 죽겠네.
김세평: 왜? 무슨 일 있어?
백선배: 방금 회사 홈페이지에 직원평가 점수 떴는데 내 점수는 완전 엉망으로 나왔더라고.
김세평: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백선배 최근에 부장님에게 밉보인 거 있어? 직원평가 점수는 부장님이 주시는 거잖아?
백선배: 아니. 내가 부장님한테 밉 보일 게 뭐 있어? 에고. 이번에 평가점수를 엉망으로 받아서 승진순위도 엄청 밀렸어.
김세평: 이해가 안 되네. 아니, 백선배는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프로젝트도 하나 맡아서 잘 해냈잖아? 그 프로젝트 하느라고 몇 달을 회사에서 야근하면서 보냈는데 말이야.
백선배: 나도 모르겠다~ 이번 프로젝트 잘 끝내면서 이제 승진 좀 하나 싶었는데 그냥 한숨만 나온다. 나 이번에 팀장 못 달면 와이프 볼 면목이 없는데······.
김세평: 응? 형수는 왜?
백선배: 요즘 와이프 얘기로는 친구들 남편들이 하나둘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팀장 달고 있나보더라고.
김세평: 백선배! 남들이 팀장을 달던 말던 백선배가 그런 걸 왜 신경 써?
백선배: 야.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이냐? 아오! 나는 왜 이렇게 항상 남들보다 뒤처지지? 속상하니까 끊었던 담배가 다시 생각나네.
김세평: 힘들게 끊은 담배는 왜 또! 그렇게 힘들게 끊어 놓고선 다시 피려고 그래?
백선배: 아, 안 펴. 그냥 해본 소리지······. 아무튼 좀 속상하다 지금.
김세평: 음······. 백선배. 혹시 김창옥 강사라고 알아? 우리나라에서 소통강사로 굉장히 유명하신 분인데.
백선배: 그분은 잘 알지. 유튜브에서 강연하시는 영상도 본 적 있어. 강연을 되게 재밌게 하시더라고. 근데 왜?
김세평: 아아. 김창옥 강사님이 쓰신 책 중에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이란 책이 있는데, 그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어. “자기만의 속도가 있고, 자기만의 타이밍이 있고, 자기만의 적기가 있습니다.”
백선배: 어? 자기만의 속도와 타이밍?
김세평: 사람들마다 인생살이가 다 다르잖아. 모두가 각자만의 삶을 살고 있다고. 그런데 무슨 승진순위 좀 밀렸다고 남들에 비해 뒤쳐졌다니 뭐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생각을 해봐. 분명 백선배만의 속도가 있고 타이밍이 있는데, 왜 쓸데없이 남이랑 자신을 비교하고 시무룩해하고 그래?
백선배: ······그래. 네 말도 맞아. 그, 그렇지만 와이프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결혼도 안 한 네가 내 마음을 알겠냐?
김세평: 뭐? 허 참. 그래! 나는 아직 미혼이니 결혼생활에 대해 잘은 모르겠지! 그렇지만 나는 형수가 어떤 분인지 그래도 조금은 알잖아? 아니, 그 착한 형수가 무슨 백선배를 다른 사람들하고 굳이 비교를 왜 하겠어. 다시 생각해봐. 형수가 그럴 사람이야?
백선배: 어? 그, 그런가? 내 와이프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 그치···? 내가 그냥 눈치를 보는 거지?
김세평: 그리고 백선배! 내 나이 서른네 살에 결혼 못하고 있는 게 어때서? 나에게도 결혼을 향한 나만의 속도와 타이밍이 있는 거야. 김창옥 강사도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결혼할 나이, 취직할 나이, 집 장만할 나이. 마치 정답 같은 시기가 있는 것처럼 다그치고, 그 시기를 놓치면 뒤처지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누군가의 인생에 적절한 시기와 적당한 나이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어? 하여튼 정답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거니까!
백선배: 으응? 아, 난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라······.
김세평: 그래. 알고 있어. 그냥 명절날 집안 어른들이 생각나서 그랬어. 나만 보면 왜 장가 안 가냐고 그저 달달 볶기만 하니까.
백선배: 그, 그래. 네가 명절날 집안 어른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구나?
김세평: 아무튼 백선배. 다시 이야기하지만 백선배만의 시기와 타이밍이 있는 거야. 어디서 이상한 기준을 듣고 와서 자신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좀 그만 괴롭히라고!
백선배: 에헴······. 세평아, 네 말이 맞다. 회사에서 나만의 승진 속도와 적기가 있을 텐데 말이야. 괜히 내가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조급해 해서 그런 거 같아. 솔직히 내가 동기들 중에서는 그래도 승진이 꽤 빠른 편이기도 하고······.
김세평: 백선배.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 책 좀 읽으라고 했지? 백선배가 <나를 살게하는 것들>만 읽었어도 이렇게 주눅 들지도 않았고, 또 애꿎은 형수 눈치도 안 봤을 거 아니야?
백선배: 크크, 그런가? 괜히 와이프한테 미안해지네. 아무튼, 김세평! 네가 웬일로 나를 이리도 위로해주냐? 정말 고맙다!
김세평: 후후. 사실 내가 더 고맙지. 우리 회사에서 백선배가 유일하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잖아? 오늘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심지어 위로까지 받았다고 하니 내가 더 고맙지.
백선배: 엥? 그러고 보니 그러네? 야, 너 나한테 늘 고마워해라! 네 그 지겨운 책 수다를 나 말고 누가 들어주겠냐?
김세평: 아~ 그래서 진짜 고마워하고 있다니까! 아, 맞다. 혹시 내가 선배한테 얘기했나? 내가 취업준비생으로 3년 정도 보냈던 거.
백선배: 어어. 얘기했지. 3년 동안 취업 못해서 엄청 고생했다며?
김세평: 맞아. 지난 취준생 3년 동안 내 부모님은 취업도 못 하고 있는 큰아들을 창피해 했고, 먼저 취업한 친구들은 나를 놀리기나 했고······. 어휴 그때 진짜 힘들었었어.
백선배: 아 진짜? 부모님하고 친구들이?
김세평: 어. 진짜야. 아무튼 그렇게 3년을 취준생으로 고생하다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 거야. 기나긴 취업준비생 신분이 끝나는 순간이었지.
백선배: 네가 그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 취준생 3년 동안 진짜 고생 많았네.
김세평: 아무튼 백선배도 알다시피 정과장이 나 유독 괴롭히는 거 알잖아?
백선배: 정과장? 알지. 정과장이 권하는 술 안 마신 이후부터 그러지 않아? 얼마 전에도 회식 자리에서 네 욕하고 다니더라.
김세평: 그래. 그런데 정과장하고 나하고 입사 3년 차이야. 그래서 내가 3년만 일찍 들어왔어도 솔직히 정과장하고 입사동기였어. 그럼 나는 정과장한테 이렇게까지 괴롭힘은 당하지 않았겠지.
백선배: 어? 진짜 그러네? 에고. 3년만 일찍 들어왔어도 여러모로 좋았을 텐데. 너 좀 후회되겠다.
김세평: 후회? 아니 나는 후회하지 않아.
백선배: 응? 후회되지 않는다고?
김세평: 내가 이 회사를 들어올 수 있었던 건 3년이란 나만의 속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 그리고 나만의 타이밍 덕에 신입당시 팀 사수로 백선배를 만날 수 있었고. 만약 그 전에 입사했으면 글쎄. 내가 백선배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마 없었겠지. 그렇기에 난 후회하지 않아. 나만의 시기와 타이밍 덕에 백선배를 만날 수 있어 감사하고 있지. 그리고 난 정과장이 내 뒤를 욕하던, 괴롭히던 상관없어. 그 인간에게 관심도 없고.
백선배: ······. 야, 갑자기 왜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김세평: 그러니까 이제 앞으로는 백선배의 그 멋지고 소중한 시기와 타이밍을 굳이 남들이 정해놓은 이상한 시기와 타이밍에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마! 알았어?
백선배: 그래, 알았어. 고맙다, 세평아. 그나저나 아까는 좀 미안했다.
김세평: 에? 뭐가 미안해?
백선배: 그 결혼 안 한 네가 결혼생활에 대해 뭘 아냐고 얘기한 거. 서른 셋 노총각에게 할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김세평: 아니, 뭐 사실을 이야기한 건데 뭐가 미안해. 결혼생활에 대해 내가 뭘 알겠어?
백선배: 그리고 그동안 장가 좀 가라고 보챈 것도 미안하다. 너만의 결혼 시기와 적기가 있을 텐데 내가 괜히 꼰대짓한 거 같다.
김세평: 그걸 이제야 알았어?
백선배: 근데 너 장가는 가고 싶은 거지? 책이랑 결혼했다니 뭐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할 건 아니겠지?
김세평: 에? 책이랑 어떻게 결혼을 해! 나도 장가가고 싶거든? 근데 뭐 어디서 누굴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고······.
백선배: 크크. 장가는 가고 싶구나? 아니 굳이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데서 찾아.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잖아?
김세평: 가까운데? 가까운 곳이 어디야?
백선배: 어디긴 회사지. 사내에서 만날 생각은 없는 거야?
김세평: 사내? 갑자기 사내는 무슨······.
백선배: 영희 씨는 어때?
김세평: 에? 우리 팀 영희 씨? 에이 무슨······.
백선배: 뭐가 말도 안 돼. 다들 사내에서 만나고 결혼도 하고 그러는 거지!
김세평: 음···. 그, 그런가?
백선배: 뭐야? 왜 부끄러워하는데? 너 설마 영희 씨가 마음에 드냐?
김세평: 아,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아아, 물론 뭐 영희 씨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백선배: 뭐야. 왜 이렇게 흥분하고 있어. 그냥 농담 삼아 물어본 건데.
김세평: 어, 어! 농담?! 하하. 농담인 거 나도 알고 있었어. 나도 농담한 거야, 농담! 아무튼 뭐 나는 선배로서 영희 씨를 그······.
백선배: 으응?
이영희: 선배님들! 여기서 뭐하세요?
김세평: 까, 깜짝이야!
백선배: 오우! 영희 씨, 양반은 아니네.
이영희: 네? 양반은 아니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백선배: 에헴, 나는 자리를 비켜주겠다.
김세평: 뭐야, 어디 가는데?
백선배: 어딜 가긴. 너의 결혼 시기와 타이밍을 재촉하려고 하는 거지~
이영희: 결혼 시기와 타이밍?
김세평: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어이, 백선배! 거기 안 서?!
백선배: 크크. 김세평! 응원한다!
이영희: 오? 참 특이한 선배님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