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Mar 03. 2023

매일매일 브런치

한 번에 브런치작가가 된 사람이 빠진 함정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한 것은 다소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크게 욕심도 없었다. 막연히 '두 집 살림을 시작하게 된 지금의 내 삶을 기록해두고 싶다'라고 생각했고, 그 플랫폼으로 브런치를 선택했을 뿐이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저장한 글은 달랑 하나, 그것도 퇴고 없는 노빠꾸 일필휘지의 글 하나였다. 그리고 거의 신청과 동시에 승인 메일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몇 번씩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심지어 브런치가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 지도.


하지만 브런치를 시작하고 글을 꽤 올렸음에도 조회수도, 구독자도 전혀 늘지 않자, 그제야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누가 읽긴 읽는 거야?' 
'도대체 브런치는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후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수도 없이 떨어진 사람들의 합격수기, 구독자 급증 수기 등을 찾아보았고,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아, 내가 무모했구나.'


브런치는 그간 써왔던 블로그와는 확실히 다른 세상이었다. 출판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유익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전문가들로 북적였다. 명징한 주제 아래 수준 높은 글을 쓰는 사람들, 구독자를 모으는 매력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이도 저도 아닌 과연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만둘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굳이 브런치를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만둘까?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막상 글 하나 쓰려면 꽤 오래 고민해야 하고 여러 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야 하다 보니, 품이 여간 드는 게 아니었다. 요즘말로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이걸 지속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쓸 바에야 차라리 일기를 쓰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유튜브를 보거나 인터넷쇼핑을 하면서 글쓰기를 미루는 나에게 그럴싸한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독자가 없는데 독자를 전제한 글을 쓰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글을 쓸 동력을 자꾸 빼앗아갔다.


과연 언제까지 쓸 것 같나?

오래전에 파워블로거가 된 적이 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는데 기쁨을 느끼며 글을 써재끼다가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부질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련 없이 블로그를 닫았다. 브런치라고 다를까.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생각들이 글쓰기를 막아섰다.





그럼에도 '일단은 써보자'라고 결심했다.

검토보고서, 기획안 등에 익숙해져서 사람의 마음에 가 닿는 글을 쓴 지가 너무 오래됐다. 하지만, 내가 평생 써야 하는 글은 결국 '마음이 담긴 글'이다. 그리고 내가 평생 쓰고 싶은 글 역시 '그 마음이 언어가 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이다.


브런치는 어떤 의미로든 그런 글을 다시 쓰고 싶은 내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며 사람들이 어떤 글에 공감하는지 익히다 보면 결국 타인의 마음에 닿는 언어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구독자를 늘리는 방법, 라이킷을 늘리는 방법 그런 건 모르겠다. 아마 미련한 나는 끝까지 모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계속 써보려 한다.


부디 나의 마음이 언어가 되어 당신의 마음에 가 닿기를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한강 vs 소양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