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희 May 04. 2023

그래도, 엄마

우리 집 상전이 시험 치는 날

  이번 주부터 1차 지필고사를 치렀다. 어떤 세대든 마찬가지겠으나 이 아이들 역시 참 독특한 세대라, 약 3년 동안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올해는 겨우 겨우 학교를 다니는 중이다. 위드 코로나. 코로나와 함께 하는 아이들의 입가에는 아직도 마스크가 폭, 가리어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인 만큼, 우리 학교에서는 지필평가 부감독으로 학부모님을 모셨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엄마가 학부모 감독으로 학교에 온 적이 있었는데, 우리 엄마는 나랑 달리 엄청 자그마해서. 자그마한 몸으로 조금 수줍게 그렇지만 우리 진희를 잘 봐달라는, 그 미소를 얼굴에 머금고 그러고 오셨었다. 복도에서 엄마를 마주치면, 내 친구들은 엄마 잃어버릴 일은 없겠네, 하며 킬킬거렸다. 


  시험이라는 건 사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성실한 지, 친구들과 교우관계는 얼마나 원만한지 측정하는 건 아니고. 상위 학교, 그러니까 대학, 대학 중에서도 '그 대학'을 가기 위해 치는 시험인지라. 대한민국에서 상전인 고3, 그리고 그 상전의 엄마는 참 마음이 묘할 것이다. 물론 상전이 그 마음을 알 리도 없고, 어쩌면 알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상전일 때는 그 마음을 몰랐음에도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으니. 


  코로나 3년의, 조금 멈추었던 시기를 지나, 이 아이가 얼마나 훌쩍 커버렸는지, 자리에 붙어 앉아 무언가를 해내는 나이가 되었는지. 엄마가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어떤 그 이상의 의미는 있는 듯하다. 이제는 제법 덩치도 커져서 이 책상은 이 아이를 담기엔 그릇이 작은 듯도 하고, 이 아이는 코로나 시대에도 나름대로 자알 보냈고, 곧 있으면 저 자리를 떠날 것이다.


  엄마는 우리 집 보물 같은, 그렇지만 조금 어설퍼서 손이 많이 가는 이 아이가 학교에서는 어떤지, 대학을 갈 수는 있는지, 그 학교의 모습은 어떤지, 이런 것들이 궁금하셨을까. 그리고 이 아이가 대학을 가기 위해 치는 그 시험을 위해, 집중하는 그 경직된 등을 뒤에서 바라보고 싶으셨을까. 

  엄마는, 아마 몇 주전부터 신경이 여기로만 집중되셨을 거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 애기 학교에 방문하는데 옷을 신경 써야 하는데, 굽이 있는 신발은 아이가 신경 쓰일 테지, 화장품 분냄새도 짙으면 안 될 테지, 하시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험 치는 아이의 아침밥을 챙기시고, 아이가 예민해질 수 있는 행동은 피하고, 뒤에 서 있고, 책가방을 메고 앞서 가는 그 경직된 등에 잠시 시선이 머물렀다가, 조금 긴장하시곤 그리고 엄마도 학교 계단을 오르셨을 테지. 어떤 엄마는 일이 바빠, 정말이지 일이 바빠, 부득이하게 참여가 어려울 것 같으시다며, 참 송구하다고 하셨겠지. 참 엄마는 이게 송구하다.


  참 바보 같은, 엄마가 뭘 알아.라고 하는. 그런 상전이었던 나는 이제 엄마 마음을 알까 싶으면서도, 어떤 드라마였더라. 엄마가 전화가 와서 요즘 일은 어떤지, 일은 할 만하냐고 묻는 게 그렇게 화가 나더라는 그 대사가, 참 왜 나를 그렇게 공감하게 하는지. 그런 나는 참 아직도 우리 집 상전이다. 그런 나는 참 위선적인 사람이라, 학교에 오신 엄마를 마주하면, 어머님, 오늘 시간 내주시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얘들아, 엄마한테 잘해드려, 엄마도 늙는단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시험 치느라 고생 많았어, 보석 같은 우리 아이들.


작가의 이전글 그 장난기 넘치는 눈동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