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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읍 Jul 08. 2023

3-2_창업

인정과 성장 사이(Feat. 인지)

<인지> -------------- <인정> - <성장>


성장을 하기 위해선 인정을 해야 하고, 인정을 하기 위해선 문제에 대한 인지가 먼저이다.


<실수들에 대한 간단 요약>

• C 레벨이라는 타이틀에 갇혀있던 것

• 사용자는 자신의 시간(삶)을 써주는 고마운 사람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

• 문제 해결이 아닌, 물리적인 시간을 많이 들였다는 것에 대해 취해있던 것

• 대표가 해야 하는 OOO에만 매몰되어 있던 것          


1 | 직급을 매니저로 교체했다.

온/오프라인 미팅 이후 고객의 반응에 따라, 시간을 끌 필요가 없는(주로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등) 경우 즉답에 가까운 결정을 통해 불필요한 의사소통을 줄여나갔다. 덕분에 더 많은 고객을 만나는 것에서 서비스를 사용할 '진짜 고객'의 비중이 높아졌다. 간혹, 미팅 전에 내가 결정권자임을 알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곳들도 많았지만 고객은 크게 둘로 나뉘기 때문에 과감하고 정중하게(라고 썼지만 그 당시엔 무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절했다.


서비스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진짜 고객)은,
쓰면서 의견을 내는 사람이다.


쓰지 않으면서 의견을 주는 주변 사람들을 보니 답이 나왔다(남의 건 참 쉽죠?).


고객을 다 똑같은 고객으로 볼 수도 있으나, 사용하진 않으면서 요구사항만 늘어놓는 고객은 후순위로 미뤄도 좋다는 생각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진짜 쓸 고객은 자신(회사)의 상황과 제공 가능한 베네핏까지 파악하며 최대한 명확한(주로 숫자가 포함된 형태 - n 년, n 월, n 일, n 시 등)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여전히 불명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곳들이 존재하지만, 같은시간(Time Is Money)을 사용해야 한다면 명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쪽이 물리적/정신적으로 유리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머리의 영역이 아닌 명확함/불명확함의 영역이다. 회신을 주고받기로 한 정확한 시점을 어기는 것부터가 그 시작이다. 불명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고객사 n 개 보다, 명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고객사 한 곳이 물리적/정신적으로 유리하다. 아직 우리들의 회사는 정신적인 피해까지 보상하거나 방지할 정도로 방어력이 높지 않다.


그 시간이면 명확한 의사소통이 자리 잡힌 고객사 최소 2개 이상의 고객사를 관리 고도 남았을 텐데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과 스트레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한 곳은 스킵 하길 추천한다. 선택은 개인의 몫이겠지만.



2 | 인정하는 척하는 것을 경계했다.

'성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은 항상 같았다. '인정하는 모든 순간' 그러나, 그 당시의 나는 멋져 보이기 위한 것을 놓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정 매출이 나올 수 있게 파이프라인은 구성하는 것이 멋진 일인데 왜 그걸 몰랐는지 참 신기하고 안타깝다. 물론, 그러한 과정들이 모여 지금의 결과가 됐을 테니 자책은 이쯤 하기로 한다.


고객을 세 분류로 나누고 그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했고, 인지하고 있는 문제들과 인지하지 못한 문제들로 구분해 보기로 했다.


< 피드백 집단 | 인지한 문제 | 실행한 방법>


(A) IT 현직자 | 잠재 고객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에 무한 신뢰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를 사용하며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분류해 보는 과정이 생략됐다. 분류해 보니, 전자가 거의 없었다. 나는 왜 이들에게서 정답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할까?| 잠재 고객(B), 그리고 한 번이라도 서비스를 사용해 본 고객들과 미팅하는 비율을 늘리기로 했다.


(B) 잠재 고객 | 책 자체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고객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고객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광범위했다. 놀랍게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하고 있었다. 용기가 부족하면 비겁해지고, 과하면 무모해진다더니 사실이었다. | 고객에 대한 정의를 다시 처음부터 해보기로, 그리고 과부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C) 학생(대학생) | 단순히, 고객들 중 후순위라고 생각했다. 초기에 사무실을 쓰던 대학을 포함하여 그들과 협업하기 위한 전략 그리고 외부 요인 덕분에 자연스레 미뤄뒀다. 당시 총장과 학생회장의 비리로 얼룩진 서울여대 캠퍼스에는 우리의 잠재 고객이 아닌 결연함이 느껴지는 대자보만이 우리를 반겨줄 뿐이기도 했다. | 위의 B 과정(고객에 대한 정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우리의 고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위 항목들의 공통점(실행 이전)은 온전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디 출신 마케터가 얘기하니까 맞겠지. 미팅하면서 수집한 정보니까 맞겠지 등. 그러나, 그 의견들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해하거나 되짚어보지 않고 진행한 결과는 아주아주 참혹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모든 고객이 유입에서 유료 전환까지 한 번에 갈 수는 없더라도, 단계별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봐야겠다고(이건 다음 글에서 좀 더 다룰게요).


이후 인정에 대한 범위를 단순히 고객(또는 서비스)과 나로 국한하지 않고, 나와 문제로 치환해서 고민하는 과정들을 반복하며 여전히 훈련 중이기도 하다.



3 | 모든 업무에 마감기한(숫자)을 설정했다.

일뿐만 아니라 살아가며 가장 크게 바뀐 태도가 이것이다. 마감기한이라는 표현이 꼭 맞지는 않지만, 숫자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하나씩 훈련해 보기로 했다.

Ex) 자료 요청을 받은 상황 | 내일 드려도 괜찮을까요? -> 내일 n 시까지 드려도 괜찮을까요?

간단한 회의가 필요한 상황 | 지금 바로 미팅 가능하실까요? -> OO과 관련한 스케치가 필요한데, n 시에 미팅 가능하실까요? 등


위와 같은 훈련들을 통해, 그동안의 나는 일하는 티를 제법 잘 내는 쪽에 가까웠지 일을 효율적으로 잘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혹시, 일하는 티를 내는 게 어색한 편이시라고 해도 묵묵히 하면서 알아주길 바라는 실수는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건 당사자만 괴로워지는 욕심입니다. 이혼 증거 모으듯이 묵묵히 증명 가능한 데이터를 쌓아두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그래야, 연봉협상 때 대충 퉁치려는 태도에 처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



4 | 내가 해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분류했다.

작은 기업에서 대표가 해야 하는 것들을 수없이 많다. 그런데, 그것들이 과연 '대표'여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투자사를 만나서 현재와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등의 업무들을 제외하곤, 각각의 자리에서 하는 업무들이 90% 이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영업팀에 합류해서 신입 때 배웠던 업무들과 다른 부서의 막내급이 반복적으로 하는 업무들에 대해 분류해 봤다.


나의 역량이 모자라다는 결론, 그리고 지금까지 한 것들을 지속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당시에는 포기에 가까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배우고 다시 하겠다 쪽에 가깝다)에 대해 냉정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실행했다. 남은 비용(주로 급여)을 먼저 해결하기로. 그런데 그 방법이 현명하지는 못했다. 개인 신용대출을 당겨서 남은 비용(주로 급여)을 해결하고, 나중에는 미팅이랍시고 유흥에도 과감하게(라고 썼지만 미친 X처럼) 쓰며, 남은 인생의 난이도를 스스로 세 단계쯤 끌어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경험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서, 빚부터 갚는다. 그 이후는 그 때가서 생각한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여전히 많은 빚이 남아있지만, 이전보다는 나아졌기에(매월 30만원의 지출로 몇 년을 살아냈기에) 가끔 술 한 잔 사는 짓거리도 가능해졌다.





다음 글에선, 마음에 드는 회사를 찾기 위해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내용이 소개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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