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모두 아름답다.

스텔라장-(Stella Jang)-snowy

by 서란아

https://youtu.be/s67laWf9C9U

스텔라장-(Stella Jang)-snowy


I'm back on the top of that mountain, though I never knew the name
이름도 몰랐던 그 산 꼭대기로 내가 다시 돌아간 듯해
Sliding through glowing snow, slowly high to low
빛나는 눈 위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미끄러지며
Like a magic spell
마법처럼 느껴졌던 순간
We said Joyeux Noël
우리는 서로에게 “즐거운 크리스마스”라고 말했지
To all the strangers we crossed
마주쳤던 모든 낯선 이들에게도


날씨가 좋다.

오랜만에 번화가의 카페로 가서 커피 한잔을 마셔야겠다.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은 사람 구경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오늘처럼 평일에 쉬는 날이면 더더욱.


아인슈페너를 주문하고서 바깥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창문 너머의 세상은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세상에 잠시 비켜난 지금을 만끽하며, 커피 한 모금을 쪼록 들이켜본다.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성이 핸드폰을 귀에 붙인 채 바삐 걸어간다.

핸드폰 계속 들고 있으면 팔 아플 텐데... 블루투스 이어폰 좋은 것 추천해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잠시 후 그는 창문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엔 어떤 커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몸짓만으로도 꽤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좁은 인도 위에서 굳이 시시비비를 가려야만 하는 그들의 급박한 사정은 과연 무엇일까.

길 건너 내가 있는 카페로 와서 얘기하면 좀 더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텐데.

내용에 따라선 나를 비롯하여 다른 커플들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라고 생각해 본다.


백팩을 멘 여성이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책을 읽고 있다.

벽돌책은 아니네. 무슨 책일까?

혹시 저번 독서모임 때 내가 읽었던 책과 같은 책이라면 나는 당신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참 많다.

끝까지 다 읽지 않았더라도 좋습니다. 최소한 챕터 2개 이상 읽었다면 우리가 나눌 얘기는 무궁무진하니까.


그녀의 집중력은 정말 대단하다.

헤드폰을 낀 채로 둠칫 한 춤을 추고 있는 남성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으니까.

나는 잠시 그의 리듬에 시선을 고정시켜 본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음악에 쉽게 몸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는 매일 이 버스정류장에 나타나는 걸까? 만약 그랬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 나왔을 법도 한데. 그의 망설임 없는 자유로움이 문득 부러워졌다.


불현듯 이상하게도, 그들에게 지금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고 싶단 충동이 강하게 인다.

쳇바퀴 돌 듯 하루하루를 버텨낸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당신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버스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길 줄 아는 당신의 모습 또한 아름답다.

만약 내가 사진을 제법 잘 찍는 사진작가였다면 아마 당신들의 아름다움을 사진 속에 남겨서 전달해 주었을 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지금 자신이 아름다운지를 생각조차 하지 못할 테니까.


모순적이다.

왜 그 시절이 좋았노라고 말하며, 꼭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될까.

그 순간을 살고 있을 땐 왜 알지 못할까.

조금만 더 일찍 알 수 있다면, 살아가는 과정이 지금보다 덜 지치고 덜 괴로울 텐데.


'좋은 친구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의 말에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좋은 친구란 나를 옆에서 찬찬히 바라봐주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나의 아름다움을 얘기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그 사람은 연인이 될 수도 있다. 부모나 형제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그런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다.

하지만 없다 하더라도 실망하기엔 이르다.

그 사람을 찾아나가는 앞으로의 과정이 인생을 채워줄 또 하나의 퍼즐이 될 테니까.


다 마신 커피잔을 반납대에 가져다 놓으며 다짐한다.

올해의 마무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은 참 아름답다'라고,

말 한마디를 건네보아야겠다고.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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