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에세이
글은 참 신기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글엔 글쓴이와 글쓴이의 감정상태가 묻어있다.
그이가 섬세한 사람인지, 수더분한 사람인지
글에 사랑을 품고 있는지, 날을 세우고 있는지
즐겁게 써 내려간 글인지 아니면
머리를 쥐어짜며 어렵게 쓴 글인지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내가 쓴 글 역시 마찬가지겠지.
글 속에 내가 있을 것이고
개중엔 보이고 싶지 않았던 부분까지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자꾸 나는
나의 민낯을 세상에 내보이려
애를 쓰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사람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
그 사람은 조금 외로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노트를 꺼내 뭔가를 한없이
긁적여 나간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직장에서 돌아와
뭔가를 한없이 긁적이는 것이다.
-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
기나긴 밤의 끝에 이르면, 그 힘은
투명 인간인 듯 살아가는 또 다른 많은 이들을
새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게 하리라.
-백수린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수사(修辭)의 강약을
능숙한 외줄 타기 곡예사처럼
오르고 내리며
신선한 기쁨과 감탄을 안겨주는 글도 좋지만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기본을 잘 지킨
단정한 문장도 좋다.
쌀밥 같은, 호밀빵 같은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글
거센 풍랑을 겪고 난 후 잔잔해진 물결과도 같은
담백한 글.
그런 글 곁에 머물면 내 안의 너울도
금세 잠잠해질 것만 같다.
여기 두 권의 에세이 책이 내겐 그렇다.
아닌데.
이 책은 쌀밥이 아니라 치즈 그라탱인데?
저 책은 호밀빵이 아니라 마늘 바게트인데?
누군가는 그러실 수도 있겠다.
개인적인 취향과 주관이 반영되었음을
감안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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