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건 May 07. 2024

생명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날씨

녹색의 반짝임은 눈을 멀게 한다. 계단에 앉아 오른쪽을 본다. 길쭉하고 아름다운, 여느 때보다도 강하게 존재를 드러내는 네가 보여. 한쪽 눈을 찡그리며 미소를 지었지. 시간을 타고 공간을 헤엄치는 기쁨이 느껴와.     


터벅임에 

알 듯 말 듯 

치즈색 고양이 

올 듯 말 듯

낮은 구름이 우리를 가려 

줄 듯 말 듯     


녹색의 반짝임은 눈을 멀게 한다. 경쾌함을 따라가. 마음이 내키는 곳으로 가. 사람이 불어오는 곳. 내 친구가 사라지는 곳. 영영 나를 봐주었으면 하는 욕심으로 운동을 하는 곳으로. 정말 오랜만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너를 봤어. 정말 반갑게 맞아주는 새로운 친구들을 봤어.      


작은 농담에

꺄르르

치즈 계란말이

옴뇸뇸

낮게 깔린 어둠에 몸을 숨기며

스르륵     


녹색의 반짝임은 눈을 멀게 한다. 마음 시키는 대로 세상의 허들을 뛰어넘어. 몇 개의 구멍과 몇 개의 반짝임으로 추억되는 오늘이 지나기도 전에 사무쳐서 뛰었어. 영원을 바라게 되는 날을 발견한 거야. 기뻐서 울게 된 이후로 조금은 멍청해진 거울 속 얼굴을 봤어.      


가령 우리가 할 말이 없어진다고 해도- 슬픈 일은 아닐 거야

설령 평생 비가 온다고 해도- 멋진 일일지도 몰라

영영 돌아갈 수 없는 어떤 날이 생겨버렸다고 해도. 녹색의 반짝임은 눈을 멀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식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