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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서리 Mar 21. 2023

어떤 여정#8

보름이 지났다. 면접을 본 아르바이트 자리에서는 아직도 연락이 없었다. 후회가 되었다. 아, 연락 왔던 다른  자리도 일단 면접을 볼 것을. 기약 없는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 했다. 안 그래도 기력이 없던 이 사람은 데친 시금치처럼 방바닥에 널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후회하고 후회했다. 그리고 자조했다. 역시 자신의 선택과 결정은 다 이 모양 이 꼴이다.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온 것 만해도 기적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 기적적인 응답을 제 손으로 내버렸으니 벌을 받는 것일지도. 자신은 응당 벌을 받고 고통받아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이 사람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존재가 또 있을까. 없을 테지. 


연락이 왔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함께할 수 없게 되었다는 연락이었다. 역시, 내가 하는 것이 다 그렇지, 뭐.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놀랍지도 않았다. 슬프기는 했지만. 다시금 스스로를 괴롭히는 잔인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이 생각에서 도망치기 위해 게임을 켰다. 머릿속을 다른 것으로 채울 필요가 있었다. 아니면 스스로를 말려 죽일 것만 같았다. 살기 위해 이 사람은 게임을 했다. 눈이 빠지게 아플 때까지 했다.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떴다.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지치자 그제야 쓰러지듯 이불 위에 엎어졌다. 가물가물한 정신에 생각이 스쳤다. 아, 용케 또 하루를 살았구나. 죽지 않으려 발악을 하는구나. 


봄이 왔다. 날이 따뜻해지고 꽃이 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지만 이 사람과는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이 사람은 오늘도 억지로 자리에 앉아 고뇌했을 뿐이다. 분명히 일을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게 못내 괴로워 끙끙 앓았다. 이러다 또 하루를 보낼 것이다. 하루가 가버릴 것이다. 일주일이, 한 달이, 일 년이 훌쩍 가버릴 것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방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어지러워 메스꺼워질 때쯤 이불 위로 풀썩 쓰러졌다. 방안이 빙빙 돌았다. 빙글빙글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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