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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앗...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by 구슬붕이

<대문사진: Pixabay. Premek Hajek </a>님의 이미지입니다.>


투투투... 타타타타타...

경쾌한 소리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소리


우람한 나무줄기 울퉁불퉁 껍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날카로운 내 주둥이와

빠르게 내려 쪼는 이 힘에

딱딱함 뚫어 나무 속살 속

숨어있던 맛있는 애벌레.


어려서는 아비어미가 물어온 먹이

배불리 먹어 이만큼 커서

날렵한 주둥이와 튼튼한 머리통은

온몸 울리는 쪼아댐에도

울림 없이 내 할 일 해낸다지.


하루 종일 쪼아도

가끔은 의미 없는 딱따구리

그냥 나무에 앉은 벌레도

맛있는 나무열매, 수액에 취해

날카로운 두들김은 잊어버려.


내가 찾은 나무 위

다른 딱따구리 앉으라면

내 마음 기쁠 때는

같이도 쪼았다가

여기저기 한참 쪼아도

애벌레 한 머리 못 찾으면

옆에 앉은 딱따구리 탓한다.


이 날카로운 주둥이로

너 안 쫀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내 먹고 내 새끼들 먹이기도 힘들구먼

여기는 내 자리야, 자리라고.

괜히 함께 딱따구리 부리질에도

짜증 내며 후쳐 내보내.


입에 애벌레 한 마리 물고

먼저 찾았다고 쫓겨나는 딱따구리

어리둥절 딱따둥절...

그래 너나 잘 살아

이 숲 속 나무는 여기저기 많은데

너나 잘 살아


다른 나무에 앉아 딱따구리 딱따구리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경쾌한 딱따구리 부리질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내 마음은 옆 나무 딱따구리 옆이라도

이 숲에 널린 게 나무거들랑.


한 둥지에서 함께 자랐던 사이지만

새끼들 먹이려면 모두 다 잊고서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딱따구리 딱따구리 딱따구리

이 숲에서 날 먹이던 아비어미 새처럼

한때는 같은 딱따구리인 줄 알았던

부리 둥근 딱따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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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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