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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간 망고

제대로 드셨을까?

by 구슬붕이

주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포미위크 쿠폰과 함께 저렴한 물품들이 세일가로 올라오곤 한다.

가끔 과일을 사는 주말특가다. 건너뛰는 법 없이 구매한다. 지난주에는 망고를 샀다.

요즘 튼실한 골드망고, 길쭉한 마하차녹 무지개 망고도 먹을 만해 자주 홈쇼핑 등으로 구매한다.

구매 후 빠르게 발송완료, 배송 중, 오늘 배송예정 이렇게 메시지가 오던 오전이었다.

고향집 아버지께 갑자기 연락이 왔다.

"뭘 또 이렇게 보냈노?"

"예? 저는 따로 보낸 게 없는데요."

"네가 보낼 때처럼 우리 가족 이름을 쭉 다 써서 보냈던데. 김○○은 택배기사 이름이겠제?"

"아부지, 혹시 망고예요?"

"그래, 그런 거 같다."

"내가 시킨 게 잘못 갔나 보네요. 제가 보낸 게 아닐 수도 있어요."

"한번 확인해 볼게요. 이미 간 거니까 잘 드세요."

"너네나 잘 살고. 이런 거 신경 쓰지 마라."

"예. 안녕히 계세요."

"그래, 고맙다."


이번에는 진짜 나 먹으려고 샀던 거다. 그러려니 바쁜 일이 많아 며칠을 지냈다. 주중 카카오톡 선물하기 들어갈 일이 있어서 들어가 보니 주소가 고향집으로 되어 있었다. 다른 무언가를 주문할 때마다 그 주소로 뜨는 걸 보니 이전 주문에서 기본 배송지로 고향집을 설정해 놓았나 보다.

이번에는 직장의 아이들이 재미반 숭배반 사랑하는 캔디인 '이 클립*'를 특가로 구매하고, 구좌읍 출신 당근도 구매했다. 주소가 맞나 제대로 확인했다.


고향집 딱따구리가 알면, 한 소리 들을까 봐 전화도 못했다. 지난주 아쉬운 마음에 추가로 자주 시키던 '수*린' 스토어의 마하차녹 망고를 구매했다. 크기는 중과. 대과나 특과는 너무 클까 봐 가장 할인율이 큰 옵션으로 샀다. 총알처럼 어제 도착해서 확인하니 딱딱한 그린망고다.


고향집으로 잘못 배송되었던 망고는 오늘쯤 후숙이 되어 달콤한 맛이 날 거다. 큰 골드망고의 달콤한 과육이 잘못 찾아간 내 마음이길.

5월에는 친정아버지 생신인데 같이 모여서 가족회비로 밥 한 끼를 먹기로 했다. 아버지가 옛 나이로 구순이 되는 생신이다. 말도 없이 찾아간 골드망고가 아버지께 좋은 먹거리가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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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