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여름에 멈췄다.
10월 14일과 16일.
하루 걸러 아들이 환절기 불편함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짜증과 화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었던 날이었다.
10월 14일에는 오후 개별특수교육 연구소에서 화를 20여분 내어서, 정해진 시간의 수업을 받지 못하고 나왔다. 집으로 가려고 나오는 1층에서도 화를 내다 주차된 차량의 본넷을 내리치는 사건이 있었다. 이걸 해결하느라 다음날까지 피해 차량 차주께 전화드리고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알아보았다. 다행히 가입된 3곳 중 하나가 조건이 충족되어 보상금을 신청하기로 했다. 명절 후에 생긴 위염, 장염이 도져 끙끙됐지만 다행이었다.
10월 16일 아침에는 활동지원사분께 오전 9시 30분쯤 다급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평생교육센터 가는 길에 화가 나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되는 울타리 기둥에 머리를 제대로 받아 이마 피부가 찢어졌단다. 센터 담임선생님께서 사진을 보내주셨다. 상처가 벌어져서 아무래도 꿰매야겠다는 답장을 드리고 활동지원사분께 전화드렸다. 전철역 지하 1층에 정형외과가 있는데 잘하시니 가보겠다 하셨다.
전화통화로 의사 선생님께서 피부를 봉합하자 하셔서 택시로 이동해 도착했는데 잠잠하던 아들이 불안감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활동지원사분께서 애써 진정시켜 놓으신 아들이 엄마 얼굴 보고 울먹거리자, 엄마가 안 보이는 쪽으로 데리고 가 앉아계셨다.
노련한 원장님의 손길로 봉합에 성공하고 이제부터 후처리를 잘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나왔다.
아들은 처치 후 붙여주신 드레싱을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뜯어서 간단한 멸균밴드만 붙여서 나왔다. 활동지원사분께서 아들을 교육기관에 다시 데려다주시고 점심식사 후에 모니터링해 주시기로 하셨다.
전철로 귀가하던 수서역에서 점심식사를 혼자 해결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식'을 검색해 오랜만에 혼자 대형마트에서 먹거리를 구입했다.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려고 서 있으니 하늘의 구름이 어찌나 입체적으로 예쁘고 햇살이 반짝이는지 감탄이 나왔다. 무거운 장바구니에 사진 찍을 여력이 없어서 안타까울 정도였다. 이렇게 잠깐의 여유로움이 언제 있을까? 아들이 귀가하면 다시 잠들 때까지 긴장의 연속이겠지만 그 순간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은 호사스러웠다.
째깍째깍
아침 점심 저녁을 나누어 두들겨
하루를 칼날처럼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 언젠가는 햇빛 들지 않은 날이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을 것을
때마다 나라님 봉록 먹는 누군가가
종을 쳐줘야 알았을 하루의 지나침을
시계라는 것으로 묶어두었다지.
눈 돌리면 어디서나 보이던
내 큼직한 시계는
7월의 어느 날, 멈췄다.
날이 더워서일까
건전지를 갈고도 흘러가지 않으니
잔고장이라 여기며 재활용 한켠에
던져지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면서.
유보된 무한 같은 유한의 흐름에
새것 같던 테두리는 닳아서
반짝임은 덜해져도
언젠가는 엔틱이라 주장하며
예쁜 사진 속 소품이 되어서라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가 되길
째깍째깍
다시금 돌아갈 바늘들이
경쾌한 소리를 내길 기다릴지
사진 한 장 속에 기억될
사람들의 미소만 바라볼지.
기다리는 그 누군가의 불편이,
버스정류장 발동동이 내 것이 아니어서
내 것이 아니라서 웃으며
하늘의 빛무리 지나간 길로
하루의 어디쯤일까 알아도 끄덕끄덕.
흘러가는 구름에 반짝이던 눈부심이
뚝딱뚝딱 시계공의 땀방울이라
어슴프레 째깍째깍 소리를 내겠지.
언젠가 머릿속 시계 소리
귀담아듣고 살펴볼 날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