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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꿈은 뜻이 있다.

나 아닌 주변도 돌아봐야 했다.

by 구슬붕이

쏟아지는 벌레들, 하다못해 회색이었다 화려한 날개로 변하던 꽃매미들까지. 질병 등과 관련된 꿈을 연속으로 꿨던 기억이 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꿈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었다.

오늘 낮 12시 넘어 새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남동생이 심장마비로 별세했다는 비보였다.


6년 전 친정어머니의 암 발견 소식을 전해주셨던 새언니께서 그 힘든 소식을 전해주며 전화 말미에 우셨다. 급히 고향에 갈 준비를 할 때 친정아버지께 직접 전화를 받았는지 울산언니의 전화도 왔다.

왁자지껄 아이들 목소리도 함께 들리며 근무하던 교실에서 소식을 들었냐며 전화해 주던 목소리, 함께 울었다. 아마 오라버니가 내게 전화 못한 이유도 차마 말하기 힘들어서일 거다.


지난주 주말에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꿈을 꿨다. 따뜻한 햇살 가운데 어머니 모습이 마지막으로 보여 기분 좋게 일어났는데 남동생도 어린 모습으로 잠깐 나왔던 것 같다.


친정어머니 암 수술 후 간병하면서 혼자 힘들어하고, 요양병원에서 임종의 순간도 지켰던 동생이었다. 그 후, 유독 힘들어하던 남동생이 어머니 기일을 2주 앞둔 시점에 심장마비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하늘에서 어머니와 만나서 더 이상 이별의 고통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사랑해, 동생아......

심장마비로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일찍 발견되기라도 했으면 병원으로 옮겨졌을 텐데. 혼자서 어머니 먼저 만나 뵐 때까지 누나는 알지도 못했네.


어머니를 보냈던 장례식장에서 너를 보게 된다니 다 거짓말 같다.

7월에 무언가를 알았을까 아버지 집에서 나가 혼자 지내면서 9월까지도 운동 다니며 건강에 신경 쓰던 남동생이 그렇게 황망하게 갔다니.

가족모임통장에서 카드로 무언가 쓴 흔적이 있을 때면 안도하곤 했는데, 전세보증금 외에는 모임통장에 넣어두고 아껴서 쓰던 동생은 무엇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이번 주 토요일이면 어머니 기일로 함께 만날 수 있을 거라 설레었는데 너의 부고로 내려가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추신: 동생 떠나보내기 전 주말에 꾼 꿈이 나중에 기억이 났다. 고향집에서 동생이랑 빛이 내리쬐는 곳 탁자에서 이야기 중이었다. 무언가를 내게 사라고 권유하던 게 기억났다. 난, 필요하지 않으니 사지 않겠다 했다. 옆으로 친정어머니께서 오셔서 "그러면 내가 살게." 하셨다. 꿈에서 깨면서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신 분인데 어떻게 사시지? 이런 생각을 했다.

꿈을 들으시고 이모께서 어머니가 사신다고 해서 동생이 어머니께 갔나 보다 하셨다.

굳이 따지자면 동생 사후니까 상관이 없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사셨으니 함께 있는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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