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이래서 뒷문으로 다녔는데...
비염으로 심기가 불편한 아들이 어제저녁부터 안 잤단다. 공황장애에 쓰는 약을 먹고 일찍부터 잠든 나 대신 남편 말로는 새벽 3시 30분 자신이 화장실 들어가기 전까지 안 잤단다.
이때쯤 내가 일어나 바통터치를 했고 새벽 시간 동네산책과 간단하게 버스 타고 돌기, 시장에서 분식 사서 아침식사 먹이기 후, 다시 남편~ 이런 식으로 온종일을 보냈다.
초저녁에는 기력을 소진한 남편이 쪽잠을 자고 산책 아니면 울음을 터트릴 기세의 아들을 데리고 나간다. 아들이 엘리베이터 옆 자동문으로 먼저 나서고 운명과도 같이 예전 아래층 따님이 들어선다. 아놔... 이래서 한참 동안 뒷문으로 다니던지 아들이 나가기 전 누군가 보이면 잽싸게 피했는데 포부도 당당하게 작은 눈으로 오만하게 나를 쳐다보며 지나가는 여중생을 보고 말았다.
뒤따라 들어오던 그 댁 아저씨에게 인사하는 나...
고개만 까닥하며 지나가는 아저씨...
왜 내겐 도도함 따위는 없을까? 지나가고 나면 올라가서 한참 씹거나 웃어댈 그 가족들 생각하니 속이 쓰리다.
누구는 공황장애가 올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아직도 숨어서 또는 당당하게 기웃대는 누군가 때문에 힘든데 말이다. 게임 전 페어플레이를 약속하고 경기장에서 한바탕 게임 후, 당당하게 게임을 끝낸 승리자처럼 도도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그 모습에 힘들어하는 내가 어이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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