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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May 20. 2024

돌고래 소리

귀마개를 하고 자던 내 귀에도 들렸다.

<커버사진: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조상들이 아이가 자꾸 울면 호랑이가 물어간다 그래도 안 자니 곶감을 꺼내 들었다 전해진다. >


아들의 나아지던 계절성 비염이 다시 시작되었다.

잘 때 코골이가 심해져서, 며칠 킁킁 소리내며 울기를 반복하는 아들이 걱정되어 토요일 아침 이비인후과 열기 직전 대기번호 5번으로 대기석에 남편과 나, 아들이 앉아 있었다.


어린 아기 때부터 이비인후과 진료라면 질겁을 하던 아이라(이제는 22살 몸은 성인임)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서성거리며 불안해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대기순서가 있으니 진료 시작시간까지 밖에 있겠다 그러니 데스크에서 원장님께 허락을 받아 먼저 들어오라 하셨다. 진료는 짧았고 큰 문제없이 계절성 비염 진단이 나왔다. 원장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한꺼번에 줄어들어 감사했다.


비염약 성분 때문인지, 숨쉬기 힘든 고통 때문인지 아들의 심기는 자주 불편해진다. 울다가 웃었다가 약을 먹는 첫날은 일찍 잠들고 이틀 째인 오늘밤은 10시 50분쯤 아파트 인근 주민이 다 들을 만큼 크게 돌고래 소리를 냈다. 큰 소리로 웃었다 울먹거린다. 지친 남편을 끌고 욕실에서 여러 번 샤워를 했다.


높은 에어매트 위에서 내일 아침 이른 출근을 대비해 자고 있던 나까지 아들 소리에 일어났다.

무려 근처에서 나는 소음에 예민해져 귀마개를 하고 자는데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들은 말을 잘하지 못해 그렇지 목청이 엄청 크다.


아들이 자고 있던 내 자리로 와서 덮어주는 이불에 웃으며 몇 차례 일어나고 눕기를 반복한다. 그 새 옆집인지 윗집인지 벽을 크게 몇 차례 두들기고 톱으로 가는 듯한 소리로 경고성 소리를 낸다.

이보소~ 그 집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웬 소음을 많이 내어서 내가 귀마개까지 하고 자요. 울 아들 서성거리는 것도 당신들 때문 아니요? 남탓 하고 싶은 마음까지 올라오지만 참는다.


사이렌 소리 같은 게 두어 차례 들리고 이 정도면 우리 집 현관문 두들겨도 이상하지 않건만 요즘 사이렌 소리도 녹음해서 쓰나 의심스럽다.

보복소음 관련으로 경찰도 불러봤지만 사이렌 울리면서 안 온다. 응급환자 호송용 구급차 소리라면 몰라도 말이다. 2차례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멀어진다.


늦은 밤 사람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과 욕설을 견디며 바디워시로 뽀송하게 씻은 아들은 잠자리에 다시 든다. 방금 전까지 누워서 고른 숨소리를 내던 아들인데 벌떡 일어나 씻어야 한다고 아빠를 끌고 들어갔었다. 물로만 씻어서 찝찝했었나 기필코 거품을 가득 묻혀 샤워를 하고 들어온 거다.


유독 엄마, 아빠랑 함께 있을 수 있는 주말에 투정도 많고 주중에는 일 때문에 밤늦게 귀가하는 아빠에 대한 집착이 과하다. 눈 뜨면 사라질까 걱정인지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들 때문에 엄마, 아빠도 덩달아 따가운 눈을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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