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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May 26. 2024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꼭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서 듣지.

*경고: 층간소음으로 위아래층과 갈등 중인 분은 읽지 마십시오. 이 글 때문에 더 화가 날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층간소음과 아랫집 보복소음으로 이사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불행하게도 예전에 들리던 보복소음과 같은 음원이 들려서 지하실도 수차례 내려가 보고 위층도 의심하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민원메일을 보냈다.


청소년 두 명이 지하실에 내려가 여기저기 살피며 대화하는 내용이 우리 집 앞을 지나가던 아기가 지하실 창문 쪽으로 접근하는 소리와 함께 녹음되었다. 아기의 목소리가 지하실 창문 쪽에서 울리면서 휴대폰 녹음기에 울림을 품은 남녀 청소년의 대화도 같이 녹음된 거다. 잠시 후 아기 부모님이 데리고 가시느라 그 부모님의 목소리도 녹음되었는데 지상과 지하실 창문을 통해 울리는 목소리는 달랐다.

긴가민가 하던 차에 4월 하순 녹음을 가지고 관리사무소를 방문했고 메일로 보내달라 해서 대표 이메일주소를 받아 보냈다. 그런 후 한참을 기다렸는데 답장도 어떤 피드백도 없었다.


5월 15일 부처님 오신 날로 다 쉴 때 또다시 화가 날만한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와 녹음을 해서 관리사무소로 메일을 보냈다. 그동안 이사를 갈 만큼 힘들었던 보복음 음원과 작년 가을에  아래층 청소년의 두드림에 화나서 내가 욕했던 걸 자기 엄마한테 들려주려고 녹음 내용이 섞여 있었다. 이유를 묻는 어머니 대화와 답 부분을 원숭이 소리와 기괴한 웃음소리로 채우고 교묘하게 만들어서 왜 하필 부처님 오신 날 저녁에 트는지 참... 어이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이사 2주 전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아래층에 내려가 보니 청소년 2명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녹음하길래

 "그만 좀 하지? 재미있나? 재미있어?"

한 마디하고 올라왔던 그날의 완성본인가 보다.


이날 제대로 녹음은 안 됐지만 바깥에서 모녀가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렸다. 옛 아래층 아주머니가 왜 거기에 갔었냐는 질문에

 "창문에서 우리가 녹음하는 걸 봤어."

 "녹음하는 걸 봤어?"

들려오는 녹음소리 간간이 모녀의 이야기 소리가 실시간으로 들렸다. 당일 비가 오고 있어서 몇 층 위 안방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1층까지 깔려서 들린 건가 이 아파트는 정말 소음에 취약한 정도가 아니라 증폭되어 들리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5월 16일에 장문의 메일과 전날 저녁에 녹음된 소리를 함께 보냈다. 다음날 관리사무소 소장의 대답은 남편한테 왔다. 자신과 다른 직원들은 들리지 않았다고 남편분은 들리셨냐는 거다. 당연히 솔직한 남편은 어제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메일에 우리가 이사한 이유까지 잘 쓰라고 코치까지 했건만... 결론은 같이 사는 남편도 안 들릴 정도의 소리, 관리소장과 직원들 귀에도 들리지 않는 소리에 내가 예민하게 군다는 거였다. 한숨이 나왔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하고 돌아보러 나갔다는 말에 오시면 전화 달라고 했다. 오후에도 전화했지만 전달이 안되었다 그래서 내가 또 전화를 했다.

관리소장은 지하에 내려가봤고 별다른 이상은 발견 못했으며 녹음내용도 생활소음만 들렸다고 했다.

메일에 쓴 시간대를 토대로 CCTV도 확인했으나 지하실에 내려간 사람이 없단다. 귀신 곡할 노릇이다.


어제인 5월 25일 생각해 보니 2층에서 무언가 시도를 한다면 2층 바로 위집이나 그 옆집에서 소리가 들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소리가 들리는 시점에 바깥으로 나가 2층에 올라가니 바로 위층에는 사람이 없고 그 옆집은 문을 열어놓고 안쪽 걸쇠만 걸어놓고 끝인 1호 라인에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 한분이 내가 듣던 욕 부분을 읊조리면서 웃으면서 2층 그 댁 사시는 할머니와 이야기 중이셨다. 이것 봐라!

내가 슬리퍼만 신고 머리가 산발인 상태라 집으로 돌아가 머리 빗고 운동화는 남편이 빨래방에 가져가서 구두를 꺼내 신었다. 좋았어. 2층으로 가봐야지!


3호, 2호를 지나 1호에 도착하니 이야기 소리가 계속 들린다. 내가 초인종을 울리고 1층에 이사 온 사람이라 밝히니 할머니가 문을 열었다.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아는데 급 조용해졌다.

 "무슨 일이에요?"

 "제가 1층 000호에 이사 온 사람인데요. 이사 온 첫날부터 욕하는 소리 비슷한 게 들려서요. 혹시 이 댁에서도 들리시나요?"

 "우리 집 소리는 아니에요. 소리 낼 사람도 없고요. 우리 집에서는 욕하는 소리는 안 들리고 3층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사실 나도 안다. 3층 그 집은 어린아이가 있는데 부모가 항상 무력진압이라 우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그런데, 이 할머니랑 이야기하던 아주머니는 누구란 말인가? 혹시 내가 살던 집 아래층과 관련 있는 사람인가?


인사드리고 나오면서 계단을 올라 문제의 3층에 가봤다. 조용하다. 계단으로 예전에 살던 집으로 올라가 봤다. 세입자는 주말에 본가에 가 있을 때가 많아서 만나기 어렵고 주말에 문 두드리는 집주인은 좀 아니어서 한 층 내려가다 떠들썩한 아래층 소리를 들었다.

자녀들은 새로운 음원을 만드는 중인가 보다. 참여자수도 늘었는지 3명 정도가 욕을 연달아하고 있다. 반층 내려간 계단에서 2~3분 서 있었는데 그 댁 아주머니와 함께 온 다른 자녀가 있었는지 아들에게 파일을 주면서 틀어달라고 부탁했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부탁을 한건 그 댁 가족 중 하나겠지?

아주머니는 말하지 않는 가족들 대신 이번 괴롭힘에 가담한 사람들이 누군지 한 명 한 명 밝히고 있는 중으로 보였다.


자녀 둘이 관리사무소에 실명으로 민원이 들어간 상태라 그 댁 아들과 아저씨, 친정아버지, 친정어머니까지 지난주에 모여서 이야기했던 걸 알까? 그날이 5월 17일이었다. 밤 10시 51분경에 모여서 우리 집이 보이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 의문의 회동 20여 분 전에 아들과 편의점에 갔다 나올 때 할아버지 한 분이 서 계셨다.

 "씨발년이 그래서 어쩌냐?"

로 시작되는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들과 집에 도착 후 늦게 귀가한 아들과 남편이 자가용을 타고 나간 후 위에서 말한 4명의 사람들이 우리 집 사람들이 나간 걸 확인하고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아래층이었던 아저씨와 아들은 당연히 내가 아는 목소리고, 할아버지는 대화 중 아저씨가 장인어른이라고 해서, 할머니는 할아버지랑 같이 온 사람이라 친정어머니겠거니 생각한다.

대화의 내용은 내가 관리소장에게 보낸 메일 내용이고 가지고 있는 증거가 뭐래? 였다.

마지막에 "아들이 그랬으면 가만히나 있지."

아... 예전에 아이들이 두드린다고 조심해 달라 이야기했을 때 그 댁 아줌마가 했던 이야기랑 비슷했다. 아들이 뛰면 집이 다 울리는데 두드린다고 찾아올 수 있냐고. 무슨 염치로 왔냐는 거였다.


이보세요. 제가 일찍 퇴근해 집에 들어오면 그 댁 따님이 얼마나 두드리는 줄 아슈? 층간소음 슬리퍼 신고 소리 안 내고 다니면 이방 저 방 돌아다니면서 다 두드려서 어디 있는지 찾아내는 게 취미였소.

그때도 그랬지만 이런 말은 못 했다. 그 집 아줌마 전투력은 이 아파트 전체에서 최강일 거다. 대화 자체가 안된다.


옛 아래층 자녀들, 아저씨는 기기 사용할 때부터는 한배를 탔었다. 2월부터는 아줌마도 알았고 3월부터는 기기를 틀어도 우리 집 옆 계단까지 와서 들어보고는

 "제 까진 게 별 수 있어?"

이러면서 들어갔던 사람들이다.


병가를 들어간 목요일 오후에 교에서 돌아온 여학생의 익숙한 욕소리가 들렸다. 몇 층 위 베란다나 계단에서 소리를 지르나? 제일 끝에 말이 그랬다.

 "내가 말하는 거 녹음해서 듣고 있을 테지?"

하하... 녹음해서 듣기는... 실시간으로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남이 들릴만큼 녹음도 안 되는 소리 녹음해서 뭐 하나? 싶다가도 변호사 사무실에서 알아서 선별해 준다니까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지 싶다. 그런데... 내가 들을 필요도 없으니 내가 직접 들어서 확인하고 싶을 때만 듣는다. 불필요한 욕 메들리나 들으며 내 귀를 더럽힐 필요가 있나?


금요일부터 베란다와 거실 2 중창을 다 잠가버리고 귀마개를 끼고 마음 편히 드라마 보고 유튜브로 음악도 듣고 병가 기간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네가 한 욕을 왜 녹음까지 해서 듣고 있냐? 녹음하면 남이 들어줄 건데,  내 귀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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