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은 남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by 이은지

요즘 커리어 고민을 AI에게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소개서를 붙여 넣고, 지금까지의 경력을 정리해서 입력한 뒤,

"나한테 맞는 일이 뭐야?"라고 물으면

AI는 꽤 그럴싸한 답을 준다.


그런데 막상 별 감흥은 없고,

"진짜 그런가?" 아리송하기만 하다.


사실 AI 가 등장하기 전에도

MBTI 검사 결과, 강점 검사 결과,

여타 다른 해석 검사 결과지들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읽을 때는 "맞는 말이네" 싶지만

며칠 지나면 기억도 잘 나지 않고,

막상 진짜 그런가? 싶고, 미심쩍기만 하다.



정체성은 외부에서 읽어주는 것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AI와 검사결과,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나에 관한' 이야기이지

'내가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서사를 하나의 경험으로 엮어내며

삶의 이야기를 스스로 구성할 때,

그 때서야 비로소 자신의 삶에 통일성과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반드시 1인칭 주어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AI에게 '나는 누구인가', '나한테 맞는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순간,

나는 주어를 잃고, 분석의 대상이 되며,

내 이야기는 타인이 써준 자서전이 된다.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는 이유도

내가 내린 결론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남을 속일 순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나에 대한 확신은 나만이 줄 수 있다.


AI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여러 검사들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AI와 이야기 하거나, 해석 상담을 받으며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질문을 받을 수도 있고,

내 말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짚어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질문하고, 내가 대답하고,

스스로 그 말들을 엮어낼 때 비로소

"자기 이해"가 가능해지고,

"확신"은 그 때 생기기 시작한다.


조금은 불완전하더라도,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들만이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확신"이 되어줄 수 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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