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오랫동안 교직계에서 일했다.
남편이 퇴직하자 얼마 뒤 나도 명예퇴직을 했다.
한 나이라도 더 늙기 전에 외국에 나가 은퇴이민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필리핀 은퇴이민은 12년이나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시직되어 전 세계가 어려워졌던 2000년에 끝이 났다.
정말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즐겁고 행복했던 일, 감동스러웠던 일, 놀라웠던 일, 그리고 황당했던 일, 실수했던 일, 어이없었던 일 등등
돌이켜보면 그곳에서의 일들은 우리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온갖 추억들을 남겨주었다.
고국에 돌아와서 코로나의 팬데믹에 갇혀지내는 동안 나는 그간의 기록들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
< 남의 나라 나의 집> 이다.
짤막짤막한 스토리들로 은퇴이민의 이야기들을 펼쳐냈다.
처음, 그곳에서의 생활을 하기 위해 받아 놓았던 은퇴비자를 이제 반납하겠다고 몇 달 전 나는 다시 필리핀으로 갔었다.
필리핀 은퇴청에 들러 모든 절차를 마치고 직원과의 면담도 끝냈다.
은퇴비자가 철회되려면 몇 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여권을 가지고 한국에 나갔다가 다시 은퇴청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나는 마지막으로 또 한 번 어마어마한 경험을 했다.
내 책에 서술된 온갖 웃긴 이야기들보다 더 큰 에피소드였다.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마닐라 공항에 붙들려서....
기회가 되면 그 이야기를 더 자세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