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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숙 May 09. 2023

어버이 날의 에피소드

추억의 기록 

  


거의 30년이나 지난 어버이 날의 기록이다.

  이른 새벽에 학교를 가야 하는 딸 아이가 꽃 두 송이를 들고 나와서 우리 내외의 가슴에 달아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오빠랑 둘이서 한 송이씩 산 거라고 했다. 

  한 나절이 지난 후에 외출하려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밤늦도록 대학에서 실험을 하느라고 늦잠을 자고 있던 아들 녀석이 난데없이 또 불쑥 꽃 두 송이를 들고 들어왔다. 새벽부터 밤 늦도록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하는 동생 부탁을 받고 각각 한 송이씩 산 거라는 것이다.

  나는 그만 풀썩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작은 아이가 달아준 꽃을 내밀면서 말했다.

  “오빠랑 둘이서 샀다는 것은 여기 있고 동생이랑 둘이 산 것은 거기 있구나.”

  서로가 바빠서 마주칠 수 없다보니 오빠가 너무 정신없어 무심히 못 챙겼을까봐 딸은 오빠랑 샀다고 했을 테고, 고등학교 삼학년이라  밤과 새벽을 오가는 동생은 도저히 꽃을 살 여유가 없을 거라고 여긴 아들은 또 선량한 거짓말을 했을 게다. 그래, 그것이 설령 거짓말이면 어떠랴.

  옛날 우리의 국어책에 밤새 몰래 볏단을 서로 날라다 주던 의좋은 형제가 있지 않던가! 달빛 속에서 볏단을 내던지고 얼싸안던 형제의 이야기. 

  흑백으로 인쇄 되었던 그 삽화들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아직도 생생하다. 내겐 가장 가치 있는 교훈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한 식구끼리도 서로 얼굴조차 마주치기 힘든 오늘이지만, 살아가기에 아무리 각박한 오늘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한, 서로가 아껴주고 부족함을 덮어주려는 형제 자매가 있는 한, 얼마나 든든한가. 우리의 가슴은 또 얼마나 훈훈한가! 





  이제 내 나이 80이 가깝고 남편은 80을 훌쩍 넘었다.

  이렇게 늙어버린 우리 앞에 또 다시 어버이날이 돌아왔다.

  오빠 대신 꽃을 준비해서 달아주던 딸내미는 가족이 모두 스위스에 가 있다.

  늦게 일어나서 동생 대신 꽃을 준비했다며 변명하던 아들은 50이 넘은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네 식구의 가장이 되었다.

  이제 우리 손주들이 그 맘 때쯤의 그 애들만큼 되어 있다.  

  공부에 매달려 있다는 아이들은 여전히 바쁘고, 중년이 되어 버린 아들은 며느리와 함께 우리를 찾아왔다.

  예약해 놓은 맛 집으로 모셔가고 매일 먹어야 한다며 며느리는 건강식품도 챙겨왔다.

  가슴에 달아주던 꽃 대신 카네이션 작은 화분도 탁자 위에 놓여졌다.

  그 먼 나라에서 딸과 사위는 페이스 톡으로 얼굴을 보여주고, 통장에 용돈도 넣었다고 한다. 

  다만 우리가 찾아뵙고 챙겨드렸던 부모님은 이젠 안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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