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인

by 예일맨

겨울처럼 성긴 잎은 보통 희지만

어울리지 않게 때로 붉고 까맣다


모진 세월을 이겨낸 가지들은 말라

약한 바람에도 초라하게 펄럭인다


뽀얀 복숭아 같이 매끈하던 열매는

거친 논바닥처럼 온통 깊게 패였다


연둣빛 새싹들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울창한 거목들은 거만하게 내려본다


살아낸 것만으로 칭송받아 마땅한데

쓸모없이 자리만 지킨다고 핀잔이다


아직은 아니라고 애써 모르는 척 하나

우리에게도 절대. 그리 머지 않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에스컬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