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입양 센터에 한 번 가볼까?

반려동물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어요

by 예일맨

"라떼다! 라떼야!"

"오구오구! 라떼 잘 있었어?"


화평한 주말 오후, 동네 집 앞 공원에서 놀고 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달려갑니다. 라떼를 만난 것입니다. 라떼도 보고 싶었던 동창을 만난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갑게 아들을 맞아줍니다. 겁 많은 우리 아이가 무서워하지도 않고 남의 집 개를 쓰다듬고 껴안고 예뻐합니다. 그토록 좋아하는 표정을 보는 것은 기다리던 생일선물이 도착했을 때 정도인 것 같습니다.


라떼를 만나고 나면 아이가 항상 말합니다. 우리도 강아지 키우자고... 아이가 행복해할 모습을 상상하면 '그래 한 번 키워볼까?' 한 번쯤 말을 꺼내볼 만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어지간한 결심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개를 키우게 된다면? 출근하고 등교하면 하루 종일 집에 홀로 있게 하는 것도 문제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동물병원에도 데려가야 하고, 매일 산책에, 가끔 목욕에, 그리고 배변 훈련이 잘 되지 않기라도 하면 똥오줌 청소까지…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결정적으로 좁디좁은 우리 집에 개까지 한 마리 들어오면 정말 펑! 하고 터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아이에게 할 일이 많고 집이 좁아서 못 키운다고 말하면 먹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주매우 치사한 방법을 쓰려고 합니다. 잘 헤어지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아이의 여린 마음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마음을 접게 하려고 독한 방법까지 동원합니다.


"아들, 개 몇 살까지 사는지 아니?"

"몰라"

"보통 개는 15년 정도 살아. 너 가족처럼 지내던 개랑 헤어져야 돼. 할 수 있겠어?"


가끔 아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 키우면 아이 정서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말을 들었나 봅니다. 게다가 혼자인 아이한테 특히 더 좋다고 하니 아이 사랑이 극진한 아내가 은근슬쩍 저를 떠봅니다. 그런데 온갖 치사한 방법을 써가며 지켜온 것을 그리 쉽게 내어줄 수 없지요.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절대 안 된다고" 대못을 박습니다.


개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대하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람이고 동물은 동물인데 마치 자신이 낳은 아이와 같이 물고 빠는 것이 잘 적응이 안 됩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전히 세상에는 오늘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 왜 동물에게 그렇게 하느냐고... 마음속으로 은근한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반려동물을 하루도 키워보지 않은 제가 함부로 판단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려동물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제가 감히 반려인을 평가해선 안 된다고... 잠시나마 반성을 해 봅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깜짝 놀랐던 일이 생각납니다. 한 여직원이 갑자기 펑펑 울며 당장 집에 가야겠다고 팀장님에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나? 애인과 헤어졌나?' 생각했지만 아니었습니다. 고양이가 많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대체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이 뭘까?'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공원에서 아이와 있다 보면 유모차가 많이 보입니다. 어떤 귀여운 아가가 꼬물꼬물 놀고 있나 슬쩍 안을 들여다봅니다. '헉' 사람이 아닙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요즘에는 유모차가 반이고 개모차가 반이라고... 아이 대신 반려동물 키우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아이를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 대신" 키울 만큼 좋다는 뜻이겠지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삶은 과연 어떨까?' 관심이 생깁니다.


소파에 누워 유튜브 앱을 열어 봅니다. 전보다 동물 관련 일을 하는 분이 많이 나옵니다. 개통령 강형욱도 보이고 세나개의 설채현도 보입니다. 반려동물의 행동에 대해서 멋지게 설명하고 문제 있는 개들을 바로 잡아줍니다. '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말 못 하는 동물들의 심리를 꿰뚫고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그들이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한편 부(끄)럽기도 합니다. '나도 수의사인데...'


무더운 여름 일요일, 아들과 일찍 잠에서 깹니다. '오늘 아침 운동해야지' 아이의 성화에 짐 꾸러미를 챙겨 집 앞 공원으로 나갑니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축구도 했다가, 야구도 했다가... 이른 시간이지만 땀이 줄줄 흐릅니다. 그런데 멀찍이 희고 검은 뭔가가 줄에 매여 다가옵니다. 역시 아이가 달려갑니다. 올 것이 왔습니다. 라떼...


실컷 귀여워해 주고서 아이는 저에게 또다시 말합니다. 집요한 그는 아직 단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반응이 전과는 다릅니다.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지 않습니다. 치사하고 비열한 방법을 사용하려 들지 않습니다. 육아휴직을 해서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아무튼 뭔가 마음이 좀 열린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 유기견 입양 센터에 한 번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