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처럼 우리 딸 저녁 준비하다 어느 대학 임용에 지원해 보라는 중요한 전화를 받았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내려놓고 살던지라 나에게 엄청난 도전이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나는 1, 2차 면접에 거쳐 모 대학 글로벌 캠퍼스 조교수로 임용이 되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은 너무나 반가웠지만 아직 어린 26개월 딸을 어디에다 맡겨야 하나 고민할 시간도 없이 그렇게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이제 막 4주 차 접어드는데, 시간을 나노 단위로 쓸 만큼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이곳은 글로벌 캠퍼스라 불리는데, 말 그대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네팔,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남수단, 르완다 등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 국가의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는 파트타임으로 자신의 용돈과 학비를 벌며 살아가는 학생들이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터라 교수인 나도 학생들도 온전히 자신의 생각을 다 표현하지 못해서 답답함은 있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일 때는 그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과 언어를 잘 이해하기도 한다.
수업중 딴짓하고 떠드는 학생들도 물론 있지만 어떤 학생들은 ...눈이 너무 초롱초롱하고 똑 부러져서 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이 어쩌면 그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생각하니 나 또한 수업 준비를 게을리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저 먼 옛날 (아니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 1세대 주자로 미국에 유학 갔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미국인들에게 보이는 한국인들의 모습들도 이랬겠지…
수업시간에 떠드는 학생들도 그들 나라에서는 누군가의 소중하고 귀한 자식들이다. 나는 요즘, 교수로서 내가 가진 자산을 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 줄 방법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