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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런 Oct 27. 2024

이사하면서 이 앱 덕에 백 만원 아꼈습니다

휴대폰만 쓸 줄 알면 누구나 활용 가능, 겁내지 마세요

▲한달짜리 단기임대 부동산을 전용앱을 통해 구했다.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이런 물건을 취급하지 않는다. 사진은 우리가족이 들어간 산 10평짜리 빌라 모습



공사 날짜가 6월 24일로 확정되면서 가장 시급한 일은 근처에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리모델링을 용이하게 하려면 집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도 체크할 겸 매일 오가고, 아버지가 자주 다니시는 경로당을 감안하면 우리가 머물 곳은 집에서 멀지 않아야 한다. 특히 고령의 아버지가 불편한 곳은 피하기로 했다.



먼저 집에서 가까운 부동산중개업소에 가서 1개월 짜리 단기 임대 집이나 방을 구하기로 했다. 임대 기간은 2~3주간의 공사 일정을 예상해 잡은 것이다.



그런데 업소는 턱도 없다는 반응이다. 구할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단기 월세 집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매와 장기전세 물건만 취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루 멀다 하고 새 집 생겨나는데... 머물 방이 이렇게 없다니



이런 상황은 동네 다른 중개업소도 마찬가지였다. 안일하게 대처한 것도 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생기는 빌라에 빈 방들도 많은데 우리가 살 곳은 하나도 없다니.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오래 장기 투숙할 수 있다는 여관과 인근의 호텔도 알아봤지만, 역시 우리가 묵기 적당한 방은 없었다. 공사 업자 김씨가 소개하는 단독 주택의 빈 방도 구경했는데 오르내리는 높은 계단 때문에 포기했다.



집을 구하기 힘들자 심지어 지난해 결혼한 아들 신혼집에 잠시 기거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시간은 흐르고 공사 개시가 2주 앞으로 다가오니 초조해졌다.



'궁하면 통한다'고 일전에 문의했던 젊은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주로 단기임대 집을 소개하는 어플리케이션인 '삼삼엠투(33M2)'를 이용해보라는 것. 이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유숙박서비스인 '에어비엔비'와 유사한 서비스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삼삼엠투와 에어비엔비 둘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호스트(임대인)가 게스트(임차인)에게 단기숙박 공간을 임대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러나 에어비엔비는 호스트(집주인)가 게스트(주로 여행자)를 직접 상대하거나 서비스하는 데 반해, 삼삼엠투는 게스트가 별도로 호스트를 상대하지 않는다. 부동산을 관리 대행하는 회사가 호스트를 대신해 이런 저런 일들을 처리해준다.



옵션 천차만별... 공사 1주일 전에야 집을 찾았다



삼삼엠투는 부동산업자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나같이 단기임대 숙박을 찾는 일반인도 회원 가입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부동산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삼삼엠투는 부동산을 종이계약서 대신 온라인 전자방식으로 계약하는 시스템이다). 집들도 대부분 1달, 길면 3~4개월까지 이용하는 단기임대 부동산이 많아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바로 그 물건들이 많았다.



이용 방식도 복잡하진 않다. 약간의 임대보증금을 걸고 거주기간에 해당하는 집세를 선납하고 거주하는 형식인데, 관리비도 비싸지 않고 특별히 신경 쓸 게 없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있다. 앱에 소개된 물건의 절반은 가압류 등으로 '문제 부동산'이었다. 등기를 떼보고 알았다. 미리 살피지 않고 잘못 들어가면 얼마 되지 않는 보증금마저 떼일 수 있다.



이는 부동산중개업소도 특히 조심하라고 조언하는 하자 매물들이다. 그러니 일단 부동산등기로 내용을 살피고, 마음에 드는 경우엔 직접 현장에 발품을 팔아 가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채무가 없는 소위 '깨끗한'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내가 집을 구하고 이사하며 자주 쓴 어플 모음. 오른쪽 숨고(숨은 고수), 삼삼엠투 어플 사진



더불어, 한달살이 단기임대 부동산도 옵션이 천차만별이다. 세탁기와 냉장고를 갖추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시간에 쫓겨 더 찾지 못해 우리도 그런 곳에 할 수 없이 들어갔고, 내내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일례로 우리는 집 안에 세탁기가 없어 인근 무인세탁소를 이용해야 했다. 냉장고도 없어 작은 냉장고를 별도로 임시구입해 사용했다. 아내는 "이 무더운 여름에 냉장고 없는 집은 상상할 수 없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렇게, 공사 개시 일주일을 앞두고서야 빌라 4층에 살 집을 가까스로 얻고 이사준비를 시작했다. 집에서 직선거리로 약 200m 빌라, 그 집에 아버지와 우리 부부가 각각 기거할 방 두 개와 조그만 주방, 화장실이 있었다.



드디어 이사 가는 날은 6월 17일로 잡았다. 역시 아내가 '손 없는 날'이라고 고른 날이다. 이날 오전에 보관이사로 이삿짐을 옮기고 오후에는 폐기물업체를 통해 나머지를 정리하기로 했다.



집에는 오래된 만큼이나 색 바랜 가구, 책장, 수납장, 그릇장, 냉장고, 옷과 책 등등 정리할 세간살이가 많았다. 우리 부부와 아버지가 오래 사용하고 버리지 못한 물건, 생전의 어머니 물건과 아이들의 어릴 적 잡동사니도 있었다.



견적서 먼저 받고 비교해볼 수 있는 어플, 고령자들 도전해봤으면



▲페기물처리 업체에 의뢰해 1톤짜리 두 차 분량을 버렸다. 폐기물 처리비용도 업체마다 다르고 허위광고업체들이 많다. 



폐기물은 1톤 트럭 두 대도 부족했다.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좁은 집에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니 스스로도 놀랐다. 우선 가구와 가전 등 비교적 큰 물건부터 버리고 옷과 책 등은 나중에 따로 처분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뒤져 폐기물업체를 알아보니 버릴 물건들의 사진을 요구한다. 리스트를 작성해 사진을 보냈더니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처리비를 통으로 '2백만 원'이라 부른다. 자세히 질문하니 '그럴거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배짱 부리는 곳도 있었다.



이사업체도 검색을 통해 전화로 여러 곳 문의했는데 광고 내용과 달리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영업하는 곳이 많았다.



이 문제는 결국 숨은 고수(숨고) 앱을 통해 해결했다. 이 또한 모바일 거래에 익숙한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았는데, 요즘 젊은이들도 자주 이용하는 어플이란다. '숨고'는 전문가들에게 견적서를 요청해 다양한 서비스 받을 수 있는 '인력 매칭' 서비스다.



나는 숨고를 통해 이사와 폐기물 업체 몇 군데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비교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해 일을 맡겼다. 끝나고 나서보니 서비스도 예상보다 괜찮았다. 이렇게 편리한 생활 정보를 늦게 안 것이 되레 아쉬울 정도였다.



돌아보니, 단기임대 집을 구하고 이사업체와 폐기물업체 선정까지 모두 모바일앱으로 처리했다. 특히 폐기물처리 비용은 1백만 원이나 절약했다. 이사 비용도 상당히 줄였다.



나는 IT기술이 매우 능숙하거나, 모바일 어플 거래에 특별히 익숙한 것도 아닌데 막상 이용해 보니 자신감까지 얻었다. 모르면 물어서 배우면 된다는 교훈을 새삼 터득한 셈이다.



6070 세대인 내 주변 친구들이, 이사할 때 나처럼 이런 어플을 이용했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고령자들이라도, 이사하거나 폐기물을 정리할 때 이런 플랫폼들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특별히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휴대폰에 전용앱을 설치할 줄 알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휴대폰 사용만 가능하다면 아주 어렵지도 않다.



만약 잠깐 쓸 방을 구하거나 이사가 급할 때 내 경험을 들어 이런 앱을 활용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이사를 하고 폐기물 처리 날짜를 정하니 한시름 덜었다. 잠시 기거할 집에 간단한 가재도구를 옮기고는 마침내 짐을 풀었다. 불편한 셋방살이를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그러면서도 그날은 오랜만에 단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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