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 소리를 찾고 있는 나
브런치에 세 번째로 올린 글에 마음이 예쁜 작가님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읽다가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조화를 위해서 내 음은 내가 잘 내야 한다고 썼는데,
오늘 아침 문득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음은 도대체 어떤 음일까? 어떤 음이어야 하나?
기타를 조금 연주하는 나는 기타 줄이 느슨하면 조율을 하고, 끊어지면 새것을 교체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기타 줄도 다양합니다.
물론 가장 비싼 줄로 고민하지 않고 고르기는 합니다만...
어떤 줄을 쓸까?
6개의 줄이 있는데, 6번 줄부터 미, 라, 레, 솔, 시, 미로 음을 맞추는 것이 지금까지는 정답인 줄 알았으나
최근에서야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떤 이는 튜닝을 자기 마음대로 바꿔서 연주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충격에 가까운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아, 자기가 원하면 튜닝을 바꿔서도 하는구나!'
정해진 룰에 튜닝을 하는 것을 정말 당연하게 여겼는데 말이죠.
하긴 기타 줄이 6개인 것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12줄도 있고 넥을 두 개로 만든 기타도 있고요.
다시 내 소리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그럼, 나는 어떤 소리를 내야 내가 속한 세계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마흔 하고도 중반을 달리는 나는 아직도 내 소리를 못 찾고 있습니다.
찾았다면, 이렇게 헤매고 있진 않겠죠.
가족, 아파트 단지 사람들, 직장, 교회, 친구들, 그리고 브런치 작가님들까지...
갑자기 내 소리를 빨리 찾아야만 할 것만 같은 조급함이 밀려옵니다.
내 소리를 못 내고 있으니 주변에서는 내게 아우성입니다.
자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게 여겨집니다. 심지어 이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소리를 찾았더군요. 어떤 길을 갈지 확신하며 그 길을 걸어가는 그 놀라운 결정력...
참 부럽습니다.
브런치 꿈소님의 자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감탄을 많이 했어요. 참 잘 가르치셨다. 부모도 아이들도 참 멋있다, 생각했습니다.
1년 반 전쯤부터 하고 싶은 악기가 하나 생겨서 상당히 빠른 결정력으로 트럼펫을 하나 중고 구매했습니다. 결정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고민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놀라운 결정력과 추진력을 보여준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어떤 악기를 선택할까?
교회의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연습장에 방문했고 어떤 악기들이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금액을 따져봤더니 '트럼펫'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보관을 잘해서 찌그러지지 않는 이상 계속 사용할 수 있고, 마우스피스 역시 한 번 사서 잘 관리하면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트럼펫에 손을 들고 나자, 바로 중고마켓에서 하루 만에 구매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연습 영상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소리도 낼 줄 모르는 시점부터 변화, 성장의 장면들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기억을 못 하듯 어느 시점이 지나면 저의 첫 모습들이 잊힐 테니까 기록을 남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초기에는,
'야, 소리가 나네. 잘 나는구먼!' 자만하기도 했습니다만,
또, 주변 사람들의 격려에 찬 칭찬에 제 귀가 멀어서 착각을 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좋은 소리들이 나는 순간들이 오자,
'아, 전에 낸 소리들이 나만을 만족하는 소리였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연주 소리에 칼같이 판단하는 나의 모습이 정작 내 소리에는 너무나 관대하게 평가하는 거죠.
시간에 따라, 연습량에 따라 소리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내가 내야 할 소리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악기 소리처럼 쉽게 소리는 나지만,
듣기 좋은 소리, 조화로운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피나는-실제로 입술에서 피가 납디다-연습과 훈련을 피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 겪고 있는 나의 일들 역시 조화로운 소리를 내기 위한 과정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넘어져서 무릎도 좀 깨지고, 얼굴도 좀 쥐어터지고 나면 좀 더 듣기 좋은, 편안한 소리가 나지 않겠어요?
몸에서 힘을 좀 빼야겠어요.
듣기 좋은 소리, 매력적인 소리!!!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