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그 한 사람에게
'모범택시'의 김도기 기사는 호루라기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과거의 일이 떠올라 정신을 잃거나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과거의 일은 그의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교구장이 김도기에게 도발하는 장면에서 호루라기를 불고, 이 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김도기를 보며 교구장이 하는 대사가 이 말이다.
"아니, 아니 이게 뭐라고!"
"이 작은 것 하나 이기지 못하면서 누굴 돕겠다는 거야!"
한심한 듯 쓰러져가는 김도기를 쳐다본다.
그래, 호루라기가 도대체 뭐라고 그 소리에 정신을 잃는가!
그는 정말 나약한 인간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성경 어딘가에,
'나의 약함이 하나님의 강함'이라고 하는 말씀이 있다.
나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온전히 하나님을 신뢰하면 하나님의 능력이 부어진다는 의미일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연약함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연약함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뜻도 있지 않을까.
부유한 가정, 건강한 신체, 실패해 본 적이 없이 무슨 일을 하든 성공하는 사람이,
어찌 배고픈 자의 서러움을,
어찌 절망과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어찌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랴.
한동안 매일 몇 시간씩 듣는 찬양이 있다. 제목은 '깊어진 삶을 주께'이다.
여러 버전 중에 김범수씨가 부른 곡이 참 좋다. 좀 길게 불러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그 가사 속에 나를 멈추게 하는 부분이 있다.
'매일 마주한 슬픔을 견뎌 나가며'
매일 마주한 슬픔을 견뎌 나가야 하는 사람이 쓴 가사 같다.
이 사람의 슬픔은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런 슬픔을 견뎌나가는 사람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을 위로하는 능력이 있다.
말 없이 곁에 있어만 줘도 위로가 되더라.
브런치에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면, 글을 쓰는 이유들이 저마다 있다.
정보를 제공하거나, 경험을 나누거나, 유머와 재미를 선사하거나...
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려고 쓰는 작가님들이 많이 있다.
나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했을까 생각해 봤다.
처음엔 책을 내고 싶다는 단순한 목표로 시작했었다.
책을 내야 성공한다는 어느 계발서의 글을 보고...
또 글을 쓰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그러나 이 목표는 요원하다, 아직까지는.
또 생각해봤다. 나는 글을 왜 쓸까?
아마도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쓰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다. 이것이 가장 좋은 이유가 될 것 같다.
주로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먼저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누군가 위로가 필요한 그 한 사람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