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엄청난 주말이었다. 토요일엔 남자친구와 함께 우리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러 갔고, 일요일엔 강남권 웨딩홀 투어를 했다. 그리고 웨딩홀 계약과 함께 우리의 결혼식 날짜가 정해졌다.
2024년 10월 XX일.
예식일까지 지금으로부터 250일 남았다.
우선 우리 부모님을 만나 식사를 한 건, 특별하게 예상과 다른 것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예상대로 흘러가지도 않았다. 다만 지난 번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대화가 좀 더 촘촘했다는 사실 정도가 달랐다. E와 I라는 성향 사이에서 언제나 거의 중립의 상태를 유지하는 나에게 침묵은 불편한 시간이다. 동시에 때로는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자리, 그러니까 나의 부모가 나의 예비 남편을 잘 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나의 예비 남편이 나의 부모에게 잘 보였으면 하는 마음들 틈에서 나는 좀더 E로 치우친 사람이 된다. ‘결혼’이라는 목적있는 주제가 더해졌기 때문일까. 대화는 지난 번보다 풍성했다.
일요일에는 예약된 홀투어를 했다. 강남 일대 예식장을 다녀야 했는데 1시반, 3시 그리고 5시 상담이었다. 세곳 모두 기대를 갖고 있던 예식장이었다. 첫번째 H 홀의 디자인은 예상했던 만큼 마음에 들었지만 홀의 크기, 로비 그리고 연회장 모두 크기가 모두 작았다. 손님을 생각하면 나의 로망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는 말을 공감하며 마음 속 후보군에서 H를 지웠다.
두번째 방문한 홀은 L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기대가 적었는데, 첫째로 사진 상으로 확인한 홀의 느낌이 내 취향과 가장 멀었고 무엇보다 리모델링 오픈 전이라 실물로 홀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홀… 이라기 보다는 정확하게는 공사장을 투어했다. 하지만 투어를 해보니 손님들의 접근성, 동선, 홀과 로비의 크기 등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걸리는 점이 없었다. 무엇보다 옵션 날짜가 많은 것도 좋았다.
마지막으로는 나의 취향과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N에 방문했다. 예약상담실부터 로비, 연회장, 그리고 예식홀까지 예상했던 대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치명적인 사실 하나, 예약가능한 날짜가 없었다. 있었다 한들 높은 단가라는 고려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에게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듯, 나는 이 홀에 대한 나의 만족감을 잔뜩 드러냈다. 어차피 갖지 못할테니까.
세번째 상담을 마치고 두번째 홀이었던 L에 전화했다. 계약하겠다고 말했다. 택시를 타고 돌아가 계약서를 썼다. 예약실을 나와서 “축하해”라고 말하며 우리는 서로 꼭 안아주었다. 그는 나의 배앙세(예비신랑 배씨+피앙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