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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y 03. 2024

[職四] 나만 빠진 단톡방

직장인의 사계-겨울[흔적이 확실한 단톡방에서의 예의]

  후배들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그들만의 단톡방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희도 상무님만 빠진 팀장방이 있고, 모임에서도 일부 마음이 맞는 사람들 만의 방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뭐 서운하진 않습니다만 뭔가 약간은 헛헛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오직 '나'만 빠진 단톡방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단톡방을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단톡방은 알람을 꺼 놓은 상태이구요. 서로 연을 끊으면 큰일 나는 사이이거나, 지속적으로 모임을 갖고 무언가를 하는 방이 아니고서는 별로 참여하지도 않습니다. 특히나 인원수가 많은 방의 경우는 잠시 눈팅만 할 뿐 흔적을 남기는 것을 꺼려하는 스타일입니다. 개인 스타일이니 뭐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요. 특히나 누군가가 빠진 단톡방은 이미 출발부터가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만의, 오직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마음이 아주 편안합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회사에서 가장 많이 쓰는 프로그램인 엑셀의 무늬를 배경으로 만든 건, 이 시대 직장인에게는 최고의 발명품인 것 같습니다. 일과 채팅의 경계를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는 그 오묘한 위장은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그럼 이 단톡방에 대한 소소한 유의사항 및 예의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1. 증거가 확실하니 강한 의사표현은 삼가세요. 

  온라인 메신저란 특성상 근거가 정확히 남습니다. 누가 어떤 얘기를 언제 했는지 정확히 기록되어 있으니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얼마든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겠지요. 그 방에 있는 사람들도 쉽게 주변에 톡 내용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직장인의 제1 격언이 뭘까요? 맞습니다. '회사에 비밀은 없다'입니다. 나 외에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가 아는 순간 온 회사사람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2. 분위기에 휩쓸리지 마세요.

  어느 곳에서건 빅마우스에 의해 그 모임은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입이 크다는 건 결국 속이 비었다는 뜻입니다. 옛 선조들은 말이 많은 사람에겐 쓸 말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그 쓸데없는 말에 같이 맞장구치고 합류할 필요는 없습니다. 분위기에 쏠리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뜻하지 않게 과한 동의를 하게 됩니다. 그럼 아예 말을 아니한 것보다 후회할 일이 많아지니 빅마우스와는 늘 일정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3. 절대 누군가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지 마세요.

  일전에 '뒷담화'에 관한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어떤 경로를 통하건 다 본인 귀에 들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그래서 요즘 대놓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완곡한 표현을 쓰려 노력하지요. 하지만 의사는 분명히 전달합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큰 오해는 없었습니다. 설사 오해가 생기더라도 직접 소통하고 생긴 오해가 훨씬 풀기 쉽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습니다.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 해도 어려울진대 어설프게 온라인상에 올리는 건 훨씬 풀기 어렵게 꼬여버릴 공산이 큽니다. 그러니 불만은 에둘러서 알려 줘야 하고 혹여 고쳐지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타인을 제가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4. 이 방에 없는 '한 사람'을 배려해 주세요. 

  언제든 나도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영원히 '인싸'일 거라는 착각은 절대 금물입니다. 그러니 정도를 지켜 그 방에 없는 사람도 존중해야 합니다. 나는 포함되어 있으니 뭔 상관이냐 라는 태도는 위험합니다. 본인이 '그 사람'이 되었을 때 받아들이기 힘드실 테니까요. 인생에는 오르막 내리막이 있듯, 짧은 직장생활에도 부침이 있습니다. 그러니 올라갔을 때 겸손하고 내려왔을 때 잠시 기다리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 있을 때 너무 격하게 흥분하고 그 기분을 탐닉했던 사람은 그 흥분과 힘이 사라지면 좌절합니다. 격한 감정 변화는 인간에게 해롭다고 했습니다. 늘 적정 수준에서만 그 상태를 즐겨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직장도 사람이 모인 곳이니 서로 간에 기본 예의를 지켜주시면 생활이 원활하실 겁니다. 예의를 지키지 않고 나만의 고집을 부리다 보면 여기저기 버성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직장인 배우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좋지 않은 태도의 학생은 그 배움을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러니 늘 과하지 않은 태도로 지내면 배움도 커지고 본인의 성장도 빨라집니다. 무럭무럭 자라나야 진정한 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쓰잘데기 없는 단톡방에 기웃거리기보다는 나 자신과의 자문자답을 하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따뜻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뜨겁지는 않은 날들인 것 같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의 미지근한 이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시는 하루 보내시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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