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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May 07. 2024

[職四] 야구와 함께 문화 회식

직장의의 사계 - 봄 [두 팀이 함께하는 콜라보 야구장 회식]

  저는 현재 사업부로 오기 전에 기획팀에서 신사업 담당으로 1년여간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팀 자체의 특성이 있어 신사업보다는 경영개선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했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지금 사업부에서 팀장 자리 하나 차지하고 밥을 얻어먹고 있긴 합니다. 


  여하튼 이런 인연으로 친분을 쌓아 두었던 기획팀 친구들에게 현재까지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혼자 사업부에 와서 고군분투할 때, 잠시 머물렀지만 그래도 함께 근무했던 선후배라며 늘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업무적으로도 많이 도와주었지만, 사업부에 마음 터 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멘탈이 무너져 가고 있을 때, 옛 동료인 그들과의 알코올 파티는 늘 제게 다시 일어날 힘을 주었습니다. 제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때로는 가이드해주던 기획팀장님과,  물심양면으로 제게 도움을 주려 노력했던 후배들에게서 늘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들과의 술자리는 언제나 늦은 시각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술은 핑계였던 것 같고 사회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제가 고생한다고 인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그들과 떨어지기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들어가는 술잔을 바라보며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는 걸 아쉬워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가정을 꾸리지 않았더라면 자주 밤을 꼴딱 새우며 마셨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끔씩 만나 서로 근황도 묻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곤 했었습니다. 그런 그들과 문화회식을 하자며 의기투합이 되어 야구장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속해있던 팀에서 3명, 제가 지금 근무 중인 팀에서 3명을 모아 총 6명의 삼사십대 아저씨들이 야구장으로 향했습니다.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이 북적거렸습니다. 방송에서는 연신 관중 여러분의 성원으로 만원이 되었다고 하네요. 잠실야구장이 대략 2만 5천 석 정도가 되니 엄청난 인파가 평일 저녁임에도 몰려들었던 겁니다. 그 많은 경쟁 속에서도, 손이 느려 인터넷 예약도 잘 못하는 아저씨 6명이 어렵사리 외야 말석이나마 예약에 성공하여, 손에 손을 잡고 야구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6시 반부터 시작하는 경기인데 아침 출근길부터 약간 설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따라 일이 별로 고되지 않고 시간이 싹둑 잘려나간 것처럼 아무 기억 없이 근무 시간이 자나 갔습니다. 팀장 2명과 팀원들 4명으로 구성된 정예부대가 드디어 출정에 나섰습니다. 제가 강력히 주장하여 족발을 2세트 준비하고, 오징어포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입장에 앞서 치킨과 피자까지 조달하고 보니 실로 잔치 기분이 들어 여간 흐뭇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문화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음주를 곁들인, 먹고 마시고 소리도 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응원하는 팀이 점수를 낼 때는 서로 부둥켜안고 폴짝폴짝 거리기도 하고, 괴성을 질러 보기도 합니다. 양 팀이 무려 16점을 냈으니 경기 시간도 당연히 길어졌습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맛있는 음식과 넉넉한 양의 알코올을 섭취한 채로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여기서 끝내면 서운 하겠지요. 시간은 어느덧 10시에 가까워 갔지만 뭔가 아쉬움이 있었기에 전문용어로 딱 '입가심'만 하고 가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다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묵묵히 이동합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스크린 야구장'이었습니다. 팀 대항전으로 컨셉을 잡고, 게임비와 맥주 및 안주 일체에 대한 비용을 지는 팀에서 내기로 합니다. 그렇게 두 번째 야구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다들 이미 전작이 있으신 지라 공이 쉽사리 맞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 격려해 주고 하이파이브하며 즐겁게 타석에 들어섭니다. 괴상한 세리머니로 주변을 재미있게 하는 후배도 있고 너무나 진중하게 타석에 들어서서 모두를 빵 터지게 만든 후배도 있었습니다. 3명이 한 팀인지라 매 이닝 적어도 한 번 이상 타석에 나섭니다.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승부를 떠나 동료가 타격하는 모습을 보며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그 시간과 공간이 제법 근사합니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향합니다. 그래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야구를 보는 것도 즐거웠고 야구를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기쁨을 줬던 하루여서 그런지 많이 피곤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두 팀의 콜라보레이션 문화회식은 성대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반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런 자리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 또 한 번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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