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시라 자작시 : 회색의 하루

시편 23

by 하나시라

하얗게 빛나는 하늘은

마음이 비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까맣게 물든 하늘은

바닥에 쓰러져 무너진 채 가만히 있었다


한 번도 아름답지 못한 날들이었다

심연의 눈동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깊은 외침은 밖으로 나올 일이 없었다


어떻게 마음을 채워야 할지

어떻게 다시 일어나야 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을 때

무심하게 바람만이 불었다


검붉게 흘러내린 감정은 주워 담을 수 없었고

두 손에 꼭 쥔 것은 무심한 바람이라

오늘도 아무것도 아닌 하루였다


하얀 빗물이 떨어진다

마음을 적시며 감정 없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까맣게 보이지 않았다

무너진 채 바라본 바닥 위에 핀 꽃은 검은색이었다


오늘은 아무것도 아닌 하루였다

무수한 질문 속에 갇혀 바라보았던 하늘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바람은 옅어져갔고,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아무렇지 않은 하루였다


-하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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