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부모라면, 자식이라면, 또는 그 둘 다라면
저런 사랑을 받아 봤다면, 혹은 받아보고 싶었다면
모두가 울게되었을 이야기
세상의 모든 인물이 그려져 있었고, 누구 하나에게라도 이입이 되고 공감이 되었을 이야기라서 많은 이들이 누군가를 떠올리며 울었고, 나 또한 그랬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너 서울에 아는 사람 없잖아”
영범이의 대사를 듣고 펑펑 울었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두 번 울었는데, 저 대사가 첫 번째였다.
저런 첫사랑이 있었어? 하면 떠오르는 첫사랑이 내게도 있다. 우리는 5년을 만났고, 나는 참 나빴다. 그리고 너는 바보같았다. 욕으로도 반어로도 너는 나에게 바보였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떠나고, 힘들어서 돌아가면 너는 나에게 저런 말을 하곤 했다. 바보야, 그럼 좀 잘해주지. 너는 내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지. 나도 누구보다 내가 잘되기를 바라서, 널 안쓰러워 하는 만큼 나는 내가 늘 안쓰러워서 그래서 우리는 헤어졌다. 꼭 저렇게.
”나 배고파.“하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는 늘 내가 먹고 싶다던 음식을 기억해 모두 차려줬다. 반찬을 바리바리 만들어서, ”오늘 명절이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빠는 그래 꼭 저렇게 추운 날이면 전기장판을 데워두고 날 이불로 꽁꽁 싸맸다. 나도 이제 해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함이 사무친다. 나도 금명이처럼 이야기하고 싶다. “아빠 내가 짜증낸 거 진심 아니야.” 아빠는 늘 대단했고, 멋있었고, 나는 항상 아빠를 사랑했어. 지금도 너무나 사랑하고 있어.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했습니다.”
산다는 건 수고가 많은 일이라 다정함을 간직하긴 쉽지 않다. 일상의 노고란 여유,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우리는 “수고하셨습니다”란 인사로 오늘의 일을 마무리한다. 그래요, 참으로 수고가 많아요. 모두 폭싹 속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