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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섬 May 13. 2024

파리의 복부(Le Ventre de Paris)

루공 마카르 총서 제3권

작품 배경

 

〈파리의 복부(Le Ventre de Paris)〉는 1873년에 출판된 소설로, 『루공-마카르 총서』 제3권이다. 1854~1870년에 빅토르 발타르(Victor Baltard)에 의해 건축된 파리의 중앙시장(Halles centrales de Paris)이 이 소설의 주된 배경이다. 제2제정 시대에 주철과 유리로 건축된 중앙시장은 당시 파리의 현대성을 상징하는 건물로, 번성하는 식료품 산업의 도소매 중심지였다. 〈목로주점(L'Assommoir)〉의 증류기, 〈여인들의 행복백화점(Au Bonheur des Dames)〉의 백화점, 〈인간 짐승(La Bête humaine)〉의 기관차처럼, 졸라는 이 작품에서도 일종의 상징적 괴물로 중앙시장을 등장시킨 셈이다. 이 소설은 졸라가 전적으로 노동자 계층을 다룬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루공-마카르(Les Rougon-Macquart)가의 가족원들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이 작품의 표면적 주인공은 〈목로주점〉의 주인공인 제르베즈(Gervaise)의 언니 리자 마카르(Lisa Macquart)로, 그녀는 끄뉘(Quenu)와 결혼해 돼지고기 정육점을 운영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1851년 프랑스 쿠데타 이후 실수로 체포되었다 탈출한 정치범 플로랑(Florent)이다. 그는 피신처를 찾아 이복형제인 끄뉘 부부를 찾아오고, 끄뉘 부부는 플로랑에게 중앙시장의 어류 감독관 자리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플로랑은 제2제정에 항거하는 사회주의 음모에 연루되는 바람에 다시 체포되어 추방된다. 

     

이 작품에는 리자 마카르의 딸 폴린 끄뉘(Pauline Quenu)와, 제르베즈와 랑티에의 장남이자 리자의 조카인 클로드 랑티에(Claude Lantier)가 젊은 화가로 등장하는데, 폴린 끄뉘는 나중에 〈삶의 기쁨(La Joie de vivre)〉의 주인공이고, 클로드 랑티에는 나중에 〈작품(L'Œuvre)〉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비록 졸라가 〈목로주점〉만큼 노동자 계층의 향취를 제대로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시장의 강렬한 삶의 현장과 노동자 계층의 고충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수많은 생생한 묘사들 중에서도 특히, 치즈 가게로 들어설 때의 후각을 관현악적 비유로 묘사하는 부분은 그 독창적인 표현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에서 마카르가의 친척인 화가 클로드 랑티에는 일종의 화자 역할로 저자의 비평적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줄거리

 

     끄뉘의 이복형제인 플로랑은 1851년 12월 2일에 발발한 프랑스 쿠데타로 체포되어 프랑스령 기아나(Guyane)의 카옌(Cayenne) 형무소로 강제 추방되었다가 탈출에 성공해 1858년에 파리에 도착한다. 그는 끄뉘 부부의 도움으로 파리의 중앙시장에 어류 감독관 자리를 얻는다.


     다양한 인물 군상 중에서 특히 돼지고기 정육점을 운영하는 끄뉘의 아내 리자와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노르망디의 미녀가 시장 내 라이벌로 등장하는데, 졸라는 이 소설 내내 “육덕진” 사람과 “깡마른” 사람의 경쟁 구도를 전개한다. 육덕진 노르당디 미녀는 플로랑을 이용해 똑같이 육덕진 리자를 자극한다. 어느 날, 생선가게에서 파는 생선이 상해 보인다는 이유로 두 여자가 맞붙어 싸움을 벌이고, 얼마 후 플로랑이 노르망디 미녀의 어린 아들 무슈(Muche)에게 일종의 선생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그녀와 플로랑이 다소 친해지자 그녀는 내심 플로랑을 남편감으로 보기까지 한다. 사실 플로랑은 그의 이복형제인 끄뉘와 함께 그들의 삼촌인 그라델(Gradelle)의 상속자였기에 더욱 그녀의 호감을 끈다.


     플로랑은 포도주 상인 르비그르 씨(Monsieur Lebigre)의 가게에서 열리는 혁명 단체의 정치활동에 가담한다. 그는 문서를 만들고 지지자들을 규합해 제정 정부에 대항하는 폭력 활동을 감행할 음모를 획책한다. 리자는 그렇지 않아도 맘에 들지 않았던 이 빼빼 마른 시동생 플로랑으로 인해 닥칠 달갑지 않을 상황을 두려워하여 그를 경계한다.


     중앙시장에서 가십거리라면 누구보다 적극적인 노처녀 사제(Saget)는 처음엔 플로랑을 바람둥이라고 수군대더니, 끄뉘의 딸 폴린을 살살 구슬려 플로랑의 비밀을 알아낸 다음엔 이 사실을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며 다른 두 여자에게 옮기고, 비밀을 약속했던 그 여자들은 이내 중앙시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소문을 퍼뜨린다. 게다가 감독관이라는 직업적인 이유로 밉보였던 플로랑은 결국 형수인 리자의 고발로 경찰에 체포된다.




 

분석

 

 ‘파리의 복부(Le ventre de Paris)’라는 제목은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한 파리의 중앙시장을 빗대어 이른 말이다. 이 작품에서 중앙시장은 오직 식료품만이 가득한, 융성한 세계로 묘사되는데, 시장의 식료품들은 아름다움과 풍요로움과 번영의 이미지로 묘사된다. 같은 맥락에서, 리자 끄뉘처럼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도 마치 정육점의 고기처럼 포동포동 살이 오른 육덕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이 작품의 제목에서 ‘복부’는 마음의 부재를 나타낸다. 소설의 영세 상인들에게 있어 육체는 각 인물의 과거와 영혼을 동시에 반영한다. 따라서 혈색 좋고 살집이 있는 건강한 사람은 양심에 거리낄 게 없는 정직한 사람인 반면에, 마른 체형의 사람은 대개 굶기를 밥 먹듯이 하는 가난뱅이들로, 가난 때문에 뭔가 손가락질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플로랑에게서 두드러지는데, ‘육덕진’ 사람들은 ‘깡마른’ 그를 바로 그런 존재로 치부한다. 요컨대 리자는 그가 무고하게 형무소에 수감됐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죄수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취약층에 대한 그 어떤 공감이나 연민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상인들의 대다수가 호황기인 제2제정을 반기고 지지한다. 이는 제2제정의 모든 것이 탐욕과 집적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  참고 사이트 : 불어판 위키피디아, 영어판 위키피디아 

▶ 작품 배경 / 줄거리 / 분석 모두 불어/영어판 위키피디아를 직접 번역해 정리 및 요약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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