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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Apr 06. 2023

흔들리지 않는 마음

부동심(不動心)

봄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어제까지 예쁘게 피어났던 벚꽃이 길가에 후두둑 떨어져 있다. 파릇한 새순들은 촉촉한 봄비를 맞고 더욱 푸르게 빛난다.

어떤 꽃은 그렇게 떨어지고 어떤 꽃은 그렇게 피어난다.


나는 어떤 꽃일까.


작년까지는 집 근처 소공원도,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의 유명한 공원에도 굳이 꽃 구경을 하러 나가지는 않았었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꽃구경에 안달인지 모르겠다.

"오늘이 가장 예쁘게 핀 마지막 날일 것 같은데 가보자."

"꽃잎이 떨어지는 건 지금이 제일 예쁘니 가보자."

"내일이면 비가 내려서 못보니 가보자."

그렇게 매일매일 가족들을 설득해서 나가보았다.


슬퍼서 혼자는 못가겠다.

마음이 대체 왜 이런지 모르겠다.


마흔, 부동심(不動心)의 나이.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호연지기


어떤 시련은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비교적 남들보다는 큰 일들을 많이 겪었고, 결국 극복해 왔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 내가 굳이 왜 이렇게 작은 마음에도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가장 쉬운 건데. 이건 최소한 내 의지대로 할 수는 있으니까. 내 힘으로 할 수 없었던 일도 많았는데.


사실 종이에 베인 상처가 가장 따갑다. 깊게 베인 상처보다 훨씬 더 예리하게 찌르는 고통이다. 어쩌면 참 별거 아닌 마음의 상처인데도 그렇게 아프게 느껴진다. 그리고 약한 살이 더욱 쉽게 베이듯, 나약해져 있는 마음은 더욱 쉽게 베인다. 단단해져야겠다. 어떤 칼날도 내 마음속을 파고들 수 없도록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오늘 빗속을 걸으며, 나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어떤 일에도 흔들리거나 불안해 하지 않고 내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상처받지 말고 되게 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 비를 맞을수록 더욱 반짝반짝 빛나서 피어나겠다.


사십사춘기, 봄비 내리던 날의 마음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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