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드디어 홈경기 관람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갑자기 야구에 빠지기 시작해서 한창 재미있을 때쯤 시즌이 끝나고 긴긴 겨울 기다리고 기다렸던 홈경기. 이번에는 야구장 밖에서 음식을 사서 가보기로 하고 일찌감치 출발했다.
잠실새내역. 언제 이름이 바뀐 걸까. 나의 고향 신천역인데. 너무 많이 변해서 이제 고향 같이 느껴지지도 않는 잠실. 20년이 넘도록 이렇게나 야구장 가까이 살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가보지 않았던 야구장을 뒤늦게 빠져들어서 힘들게 먼 길을 다니게 되다니.
친구들과 굳이 어디서 만나자고 하지 않아도 늘 그 곳이었던 우리들의 단골 약속 장소 '성당 앞'.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 곳은 그대로 인 것 같아 무척 반가웠다.
잠실 야구장 3종 세트. 만두, 떡튀순, 닭강정. 이렇게 사 가면 딱 좋다고 해서 코스대로 가보았다. 찾아가는 길에 이미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고 가게에 길게 줄 서 있는 분들도 대부분 야구장 가시는 분들인 것 같다. 역시 야구장 맛집이로구나.
우선 제일 먼저 '파오파오 만두' 가게에 줄을 서보았다. 무려 2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벌써 줄이 길다. 이 곳에서 유명한 것은 새우만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통통한 만두들이 맛있어 보인다. 1팩에 5,000원인데 3팩에 13,000원이다. 우리는 당연히 3팩 구입. 처음이니 종류별로 먹어보기로 하고 새우, 고기, 김치 하나씩 사보았다.
통통한 속이 꽉 차있는 새우 만두는 역시 맛있었다. 세 가지 모두 맛있었지만 아이들은 김치만두를, 나는 고기만두를 제일 맛있게 먹었다. 옛날에 동그란 찜통에 김 모락모락 나던 얇은 피의 작은 고기만두를 참 좋아하는데 그 맛인 것 같아 마음에 쏙 들었다.
만두를 사고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깻잎닭강정'이 있다. 여기가 줄이 제일 길고 제일 오래 걸린다. 미리 알았으면 여기부터 왔을텐데. 닭강정 소 한 팩에 7,000원, 중은 9,500원, 대는 13,000원이다. 우리는 넷이 편하게 나눠먹으려고 양념닭강정 소 사이즈 두 팩을 사보았다.
야구장에선 닭강정이지. 식어도 언제나 맛있는 매콤달콤 닭강정. 진한 양념이 가득 묻어 있고 떡사리도 넉넉하게 들어있는 맛있는 닭강정. 이곳의 닭강정은 튀김옷에 깻잎이 들어있어 느끼함을 잡아주고 맛을 더해준다. 맥주 안주로 딱인 닭강정.
우리가 닭강정 가게에 줄을 서 있는 동안 남편은 '오렌지분식'에 다녀왔다. 사실 이 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떡튀순이었다. 학창시절 추억의 그 맛. 어디 가도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그 맛이 여기에 있었다. 고등학교때 교복입고 이 시장에 와서 떡볶이를 얼마나 많이 사먹었던가. 그때와 달리 정돈된 분위기에 지붕도 생긴 시장 풍경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긴 했지만 떡볶이를 먹으면서 그 시절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그래 이 맛이야
점점 '새로운 맛' 보다 '알던 맛', '예전 그 맛'을 자꾸 그리워하게 된다. 뭐 특별히 별 맛이 아니어도 그냥 '옛날 맛' 이 그립다. 나이가 들었나보다. 식어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따뜻할 때 먹으면 더 맛있겠지. 다음에는 떡볶이만 먹으러 시장에 다시 한 번 와야겠다.
경기 전 선수들이 동그랗게 모여 있는 모습. 이 때만 해도 무척 신났었는데 경기 결과는 우리를 슬프게 했다. 하지만 비록 이기지 못했어도 내내 엎치락뒤치락 하며 충분히 재미있는 경기였다.
열심히 먹고 열심히 관람했던 경기. 다음에는 꼭 승리의 기쁨과 함께 할 수 있기를. 엘지트윈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