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해 ‘안다’ 보다 극장에 ‘간다’가 더욱 중요하다
몇 년 전 내가 제일 좋아했던 스파이더맨이 애니로 나온 걸 스쳐 지나가면 어디선가 봤다.
일상에 너무 치이면서 지내고 있어서 굳이 이걸 또 봐야 하는가 싶었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소문만 무성했던 삼 스파이더맨도 솔직히 나 홀로 집에 3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만한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스파이더맨을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친구는 항상 혼자서 최선을 다해 발버둥을 치는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각자 중요한 마블의 영웅들처럼 피터 파크를 돕는 게 솔직히 나에게 이걸 왜 봐야 하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아 그림체도 좀 별로인 거 같고… 그놈의 멀티버스 좀 그만 제발. 뭐 이렇게 삐딱선을 타고 있었다.
그런 내가 왜 갑자기 스파이더맨-크로스 더 스파이더 버스를 봤냐고? 그 어떤 예고편도 이 영화에 대한 그 어떤 호기심도 나는 정말 특별히 없었다. 그냥 쉬는 날이라서 자전거를 타고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것뿐이다. 예고편도 보지 않고 그냥 극장에서 가서 시간을 보고 영화를 본 경험이 문득 얼마만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중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시간을 함 보고, 영화 포스터에 누구 나오는지 함 보고, 정말 최소한의 정보로만 영화를 선택하고 보는 경험을 했다. 물론 그때랑 지금이랑 물가도 다르다. 내 기억으로는 무슨 데이는 5000원에 영화를 볼 수도 있고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이번에 19000원을 보고 스파이더맨을 봤다. 아무튼 내가 놀란 건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영화를 봤다는 것이다. 오로지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작품에 임했다는 것이다. 임했다고 표현하니 내가 제작진으로 이 작품에 참여한 줄…
어쨌든 오랜만인 것 같다.
극장에서 그냥 영화를 본 경험이 오랜만인 것 같아 찬찬히 생각해 보니 나의 영화를 보는 기준은 이러하다.
“어떤 평론가가 어쩌고 저쩌게 평가했다는 듯이”
“커뮤니티 혹은 SNS라는 공간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좋아하는 감독이나 작가 혹은 배우가 나오는 작품인지”
이번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통해서 내가 너무나도 감사하게 깨달은 건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이 영화를 볼 경우 감사하게도 영화를 보는 ‘몰입’의 질이 좀 더 깊고 특별한 것 같다.
뇌에서 더욱 이 영화를 온몸으로 끌어안은 느낌이랄까.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를 본 후에도 뇌에서 적절하게 도파민이 건강하게 배출되고 있는 느낌이다. 실로 오랜만인 것 같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을 봤을 때 이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어느덧 어른 나이가 돼버린 나지만 성인 ADHD라서 뭐든지 조금 하다 금방 질려버리는 나에게 오히려 영화에 대한 ‘안다’ 보다 우선 극장에 ‘간다’라고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이다.
뭐든 좋으니 앞으로는 극장을 자주 가야겠다. 너무 많은 지식과 공부를 하며 영화를 보지는 않을 것 같다.
몸으로 영화를 만들듯이 영화 역시도 몸으로 보는 것이었다. 앗차차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미친 경험을 했다. 이 작품의 몇몇 장면들은 어쩌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각예술을 보고 있는 거야라고 느껴지는 경험들로 가득하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국한할 수 없는 위대한 시각예술에서 느껴지는 경험들. IMAX 봐서 더욱 짜릿하고 위대한 경험이었다. 짜릿하다 짜릿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