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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의 그림일기 Jan 09. 2023

되돌아보면 모두 의미있는
선택이었기를

[생각] 이직을 하며 떠올린 Connecting dots 이론에 대해

Connecting dots (copyright - @hjkdrawing)


    지난주는 이직한 직장으로 첫 출근을 한 주였다. 솔직히 말하면 첫 날에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싶을 만큼 후회가 되었고, 둘째날에는 '어라, 그래도 할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셋째날 부터는 '그래 일년은 한번 참고 다녀보자' 라는 마음이 들어섰다. 이처럼 나에겐 이렇게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할 만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때 꼭 떠오르는 문구가 있는데, 그건 바로 'Connecting dots'이다. 


    Connecting dots. 이것은 그 유명한 스티브잡스가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연설에서 한 말 말이기도 하다. 결국 인생은 수많은 선택들로 이루어진 점들이 모여 만들어지고, 그 선택과 경험은 뒤돌아보면 모두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막상 그 순간에는 알지 못하지만, 훗날 자신이 찍은 점들로 이루어진 길을 되돌아보면 그때 그토록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선택이 결국 나를 성장시킨 최선의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 말은 직전 회사의 회장님께서 이제 막 입사한 새내기 신입사원들에게 해주신 말이기도 한데, 이렇게 두 번씩이나 connecting dots이론을 마주친 뒤로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서 신념처럼 떠올리게 되는 주문이 되었다.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말이었겠지만, 특별히 이 문구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이것저것 이어지지 않는 경험들을 어떻게든 하나의 멋진 스토리로 엮어보고자 했던 취준생 시절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하겠다며 행정학과로 진학했던 나는 졸업을 하자마자 디자인을 배우러 외국으로 떠났고, 돌아와서는 마케팅 직무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하며 이미 찍혀있는 수많은 점들을 마케터가 되고 싶은 이유에 열심히 끼워맞추며 편집한 결과, 나는 어느 순간 이 점들이 진정으로 어떠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의 굵직한 경험들은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연결되어 있었고 점 하나를 볼때보다 점들이 이어진 구불구불한 길을 볼때 더 빛나보였다. 그리고 내가 편집한 이 반짝이는 스토리는 결국 '합격'이라는 선물로 이어졌기에. 나는 이 이론을 더욱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이직은 정말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익명으로 쓰는 글이니 털어놓는 것이지만 인생에 있어 전진보다는 후진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연봉, 근무환경, 동료, 커리어 등 여러가지 면에서 이전보다 못한 직장으로의 이동이었고, 그래서 최종결정을 하기 전까지 수백번은 고민했다. 실제로 이 선택으로 내 연봉은 또래 평균보다 낮아졌으며, 이직기간 동안 발생한 애매한 공백기는 다시는 그럴싸한 브랜드의 마케터로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 대부분의 선택이 그렇듯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것도 있다. 누가봐도 잃는것이 많은 선택이긴 했지만 얻는것이 매우 명확했다. 바로 내 자신의 정신 건강과 행복. 그래서 나는 믿기로 했다. 제법 큰 기회비용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선택으로 이끈 명확한 이유들이, 후에는 잃은것들을 뒤로하고 더 큰 기회와 가능성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그러니 당장은 후진같아 보이는 이 결정도 5년 뒤, 10년 뒤에는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쩔뻔 했어'라고 회자되길 바라본다. 그때의 나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들에 담긴 이야기들을 잘 엮어서 또 다른 기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또, 혹여나 지금 잘못된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최소 1년간은 내 판단을 의심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미 엎질러버린 일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자 이미 모든 점이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미래의 내가 가진 시각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모든 기회비용을 날려버리고, 현재에 충실하며 새로운 직장에서 즐겁게 지내보려 한다.  






- 글/그림: 줄리

- 인스타: @hjkdrawing

- 메일: juliekim263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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