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축구는 연습하고 나면 실력이 좋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전자제품이나 가구에 흠집 낼 일은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저녁시간이 아니더라도 앵앵거리는 기계적인 소음은 참기 힘든 문제였다.
평소와 달리 반대하는 아내의 말에 더 큰 힘이 느껴졌나 보다.
집안 곳곳에 흠집을 내고, 아내의 눈총까지 받은 축구 골대는 별다른 저항 없이 그날로 집 안에서 사라졌다.
드론 축구 골대가 있던 자리
다행히 드론 축구도 연습장은 따로 있었다.
집과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 매일 연습할 수 없었지만, 실력은 갈수록 좋아지는 모양이었다.
연습을 끝낸 후 이야기를 들려줄 때 자신감 있는 얼굴과 당당한 태도에서 느껴졌다.
처음에는 남편이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연습하는 걸 알면서도 드론 축구에 관해 아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집에 오면 자꾸 이야기하는 남편 덕에 이제 어느 정도까지는 알게 되었다.
관심 없을 때 모르고 지나쳤던 인터넷 기사를 스스로 클릭하는 내가 우습기도 했다.
드론 축구 대회는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 5명이 팀을 만들면 참가할 수 있고, 드론 지도자도 출전 가능하다.
대회 규정에 3인 이상 5인 이하라고 하는데, 보통 5명이 참가하는 것 같았다.
남편도 5명이 팀을 만들고 연습하여 경기에 참가했다.
<드론 축구 꿈나무 어른이들>
남편의 포지션은 골을 넣는 골잡이와 골잡이가 상대편에 골을 넣을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길잡이, 상대의 공을 막아내는 길막이 중 길막이의 역할이었다.
남편은 공의 LED 색상으로 상대팀의 공만을 잘 구분하여 막아내면 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남편이 맡은 길막이 보다 골잡이의 역할이 더 흥미로웠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골잡이가 공격수의 역할이다.
드론 축구에서는 골잡이만이 골을 넣을 수 있다. 골잡이 드론은 꼬리표를 부착해서 표시해야 하고 만약, 경기 중에 골잡이의 드론이 고장 나면 추가 득점은 할 수 없게 되므로 골잡이 드론의 역할은 더 중요하고 특별해 보였다.
드론의 특성상 공중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드론 축구 대회는, 화려한 LED 조명의 색깔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드디어 시작되었다.
경기는 3세트 득실로 승패가 가려지며 한 세트당 3분씩 진행되는데, 관객들도 드론 조종자가 아닌, 드론 색깔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집중해서 봐야 경기 내용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시작되면 잠시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된다. 한눈파는 사이에 끝날 만큼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드론 축구공>
남편이 처음으로 참여한 드론 축구 대회는 예상보다 더 일찍 끝나버렸다. 팀원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를 끝낸 남편은 처음부터 상대팀이 워낙 강적이었다며, 질 수밖에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대회에 참여한 것도 대단한 경험이라고, 고생했다고 말하는 아내의 위로에 머쓱해진 남편의 반응이었다.
그 팀은 분명 결승까지 올라갈 팀이라며, 상대팀 잘 만나는 것도 운이라는 남편의 변명은 귀엽게만 느껴졌다. 경기에 졌어도 기죽지 않고, 마지막에는 재미있었다고, 다시 연습하면 한 팀 정도는 이길 수 있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이야기하며 그렇게 대회는 끝이 났다.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봤지만, 대회에 참가했던 남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 자부심은, 곧 드론 지도자 자격증과 심판 자격증도 물어다 줄 흥부가 심은 박 씨와도 같은 보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