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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윤영
Jun 11. 2024
아기가 사라졌어요
잠꼬대 1
오늘은
이미 <님아, 그 못을 뽑지 마오> 편에서
다
룬 적이 있는 남편의 잠꼬대에 관한 일화 중 내가, 또 우리 가족이 최고로 꼽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내게는
생각만 해도 그 순간
에 가 있는 것
처럼 심장이 쿵쾅거리는 이야기이다.
첫 딸아이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던 여름날 밤의 일이다.
시골집에서 바닥 생활을 했던 때였다.
아기 침대는 따로 두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잠
귀가 밝은 편인 데다 모성애까지 더해져 아기의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에도 빛의 속도로 반응
했
다.
잠자리의 위치는
내 왼쪽에는 남편을, 오른편에는 아기를 재웠다.
그날도
모두가
그렇게 잠
들었다.
아기는 모기에 물리지 않게 원터치 모기장으로 안전장치도 해두었고, 육아에 지쳤던 나도 점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잠이 들고 얼마 되지 않아 어둠 속에서 낑낑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덜 깬 탓에 정신은 없었지만 눈은 본능적으로 아기를 향했다.
맙소사,
잘 자고 있던 아기가
자
리에 없었다.
게다가 아기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어야
할 모기장도 방문 앞까지 날아가 있었다.
신생아가 기어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어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기는 정말 상상도 못 할 곳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아기는 남편의 머리 밑에 깔려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이 잘 자고 있던 아기를 끌어다 자신의 머리 밑에 끼워 넣은 거였다.
아기는
끙끙거리는 작은 소리로 자신의 위험을 알리고 있었고,
놀랍게도
아기를 베개로 착각한 남편은
잠자리가
불편했던지 양손을 사용하여 베개를 정돈 중이
었
다.
아기를 베개처럼 사용하려니 불편하셨을 테지!
누에고치 모양으로 잘 감싸 재웠던 아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울음을 터트리려 하고 있었다.
위험에 처한
아
기를
보니 내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망설임 없이
남편의 머리를 재빠르게 밀어내고 아기를 빼냈다.
깜짝 놀란 남편도
곧
바로
일어나 앉았다.
나는
방금 전 일어난 상황을 말해주며 아기를 꼭 끌어안았다. 남편도
죄책감이 드는지
울상을 지으며 자신이 왜 그랬을까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잠꼬대라는 것을 알
았어
도 정말 미웠던 순간이
다.
아빠 머리 밑에서 풀려난 아기는 곧 다시 잠
들었다.
다행히 몇 초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일인 듯했다.
태어나 처음
,
엄청난
무게에 놀랐을
아기는 그때 아빠가
미안하다고 외치
는 소리를 들었을까?
그러고 나서 아빠도 곧 잠들었다는 것도!!!
금세
평화가 왔지만
나 홀로
다시
잠들지 못했던
밤
이 참 길었던 날이었다.
아빠 머리에 눌렸던 세계 최초의 아기였을 큰 딸은 다시는 그런 고난 없이 곱게 잘 커서 지금도 그 이야기만 꺼내면
좋다고 웃는다.
그런 딸이 예뻐서 나도 웃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은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우기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한 사람이 있다.
미워할 수 없는 우리 집 유일한 남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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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꼬대
남편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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