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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유니 Dec 08. 2023

전업주부도 경력이 있다면

분노의 설거지

들그럭 들그럭 우당탕탕 데굴데굴 쨍!


"엄마! 또 깨뜨렸어? 엄마 또 화났어? 설거지가 그렇게 하기싫어? 그래도 좀 살살해!"


요란한 그릇 소리가 온집안을 휩쓴다. 올해 9살인 우리 큰아이인 딸에게 야단을 맞는다. 분노의 설거지를 하다 결국 접시를 깨뜨렸다. 이럴땐 사실 나도 흠짓 놀란다. '정말 내 성격이 이상한걸까?' 하며 속으로 자책도 한다. 내가 차려준 밥 배부르게 먹고 태연하게 소퍼에 누워있는 남편을 보니 화가 더 치밀어 오른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 나는 분노의 설거지를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나는 집안일 중에 설거지가 제일 싫기 때문이다. 하루일과를 거의 마칠때 쯤 마무리하는 일이 바로 설거지다. 하루의 피로가 가장 많이 쌓여있는 시간에 설거지를 하는일 처럼 귀찮은 일도 없다. 그럼 식기세척기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식기세척기를 써봤지만 다시 설거지 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다 결국 보관함이 된지 오래다.


알고있다. 가족 구성원들 모두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는걸.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성장해 주고 있다. 성실한 남편은 본인의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가족들을 돌보는 전업주부다. 결혼하고 4년차 까지는 어린 아이들을 돌보느라 늘 정신이 없었다. 그런다 5년차가 되던해 쯤 이었던거 같다. 스스로에게 반문을 했던 적이 있다. '나 계속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하고 고민을 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 주위엔 비빌 언덕이 없었다. 친정이나 시댁 등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의 도움없이 어린 두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사회생활을 해나간다는 건 무리였다.


그러다 문득 '전업주부도 경력으로 인정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1년차 직원에겐 보너스도 주고 휴가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전업주부도 1년차가 되면 복지 포인트도 받고, 의무적으로 휴가도 가고, 비현실적이지만 그런 상상을 해본적이 있다. 그러다 결국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


외국의 사례에서는 실제 가사노동을 가치로 환산해주는 경우가 있다. 조부모가 아이들을 돌볼경우 일정의 보육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현제는 가사노동을 환산해주는 계산식도 존재한다. 여기서 지금 갑박을론을 하자는건가? 아니다.

 

2030세대가 결혼을 미룬다. 딩크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는것도 미룬다. 한국의 현실이다. 나는 이일이 전업주부와 많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들도 자아실현을 꿈꾼다. 이제는 더이상 가사노동과 육아는 여성고유의 분야가 아니다. 평생을 모아도 사기힘든 집값,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래적인 기상이변으로 먹거리가 귀해지고 있다.

이는 점점 경제순환에 악영향을 미처 물가는 널뛰기 하듯 계속 오르기만 한다.


이제 여성은 가사노동 육아 바깥일도 병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한마디로 수퍼우먼이 되어야 한다. 워킹맘의 일상은 전업주부보다 2배는 바쁘다. 주변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면 하루 24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알뜰살뜰 살아야 한다. 곁눈질로 배운 얄팍한 지식으로 시장경제를 논하자는게 아니다. 실제로 전업주부 생활10년동안 온몸으로 느끼는 일들이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한다. 전업주부도 경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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