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가 무엇 때문에 죽다가 살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그긴장감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첫 강의가 있으니까. 그의 인생 첫 강의였다.
어땠냐는 내 물음에 그의 대답은 그래도 행복하자 였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그래도 행복하자고 말하는 그의 말 중 '그래도'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라니
사는게이리도지겨운데
예전부터 나는 종종 그에게 술을 먹자고 하거나 커피를 마시자고 하거나 밥을 먹자고 했다. 그에게서는 어딘가 슬픈 늪지대의 냄새가 났고그게싫지않았다. 그건 어떤 형태로든 건너본 사람끼리 느끼는 일종의 표식 같은거랄까.그런그를 불러내어 이 얘기 저 얘기를 듣거나 질문을 하곤 했다.
그는 스스로를 척박이 (척척박사)라고 이야기했고, 난그 사실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내 엉뚱한 질문에도 이것저것 잘 대답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니까. 뭐,척박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는
요즘 내 글을 보면 허무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실로마음이그렇다고 했고, 요즘 내 공식적인 질문 "도대체 어떻게 그런 시간들을 버텨왔어요?"를 했다.
마치준비된대답인듯그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었고, 그때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했으며,일단죽기 전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내가 하고 싶은 글이나 잔뜩 써보고 죽자. 라는마음을품었다고한다.
일종의"에라이 심정"에 다다랐다고.
그렇게 쓰는동안죽음은 며칠유예되고, 그는 모아둔 돈을 다 쓸 때까지 글을 썼고. 꽤 열심히 썼고, 그글이 끝날 때쯤엔돈은사라졌고자신은여전히숨쉬고있었으며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에라이.
펜을놓고빈통장을보다보면허기가졌고,자연스레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고, 여차저차살다 보니 재밌는 일도 생기게 되었고,그렇게 자연스레세상은 더 넓어졌다고...
그러니까...
오늘'그래도 행복하자'는 말을 전할 수도 있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고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너 지금 막다른 골목에 선 거야. 지금까지 네가 만들어온 세상은 끝났어. 그래서 확장이 필요한 거야."
아.
그렇구나.
그거였다.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그동안 내가 구축해온 내 세계는 끝이 났다. 그러므로 이 곳에서 의미를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 나는 이 세계를 찢고 다른 세상으로 나가야만 한다. 같은공간에서더이상의미를찾을수 없다. 왜냐면 내가 추구하는 의미는 아마 이보다 넓은 세상에 있을 테니까. 지금은 도저히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있으니까.
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려한다.
방법을모르겠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지만,그래야만 한다.
심장은여전히뛰고있다.
어디로갈지몰라서어떻게될지모르기때문에,에라이하며.
인생은꽤살아볼만하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리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