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먼 호킨스 1904.11.21 – 1969.5.19
테너 색소폰은 재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악기다. 네온 간판이나 티셔츠, 영화 속 등장인물이 육중한 테너 색소폰을 들고 서 있다면 그는 재즈 뮤지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테너 색소폰이 그랬던 건 아니다. 재즈 역사에서 빅밴드 시대의 메인 악기는 트럼펫과 클라리넷이었다. 초기 재즈를 대표하는 루이 암스트롱과 베니 굿맨, 시드니 베셋(Sidney Bechet)은 그 악기의 달인들이었다. 당시 테너 색소폰은 빅밴드 내에서 저음부를 지탱하는 베이스 역할을 담당하는 악기였다.
플레처 헨더슨 악단 출신의 콜먼 호킨스(Coleman Hawkins)도 그렇게 출발했지만, 이내 제한된 범위를 뛰어넘어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든 색소폰 연주자들은 그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거나 전혀 다른 모습을 띄었을 것이다. 그를 ‘테너 색소폰의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그의 색소폰은 선이 굵고 거침없으며 스윙 시대의 낭만을 잃지 않았다. 닉 네임 ‘호크(Hawk)’처럼 매섭게 날아오르는 상남자의 호방함이 느껴진다.
그는 피카소를 좋아했다. 1948년, 그는 <Picasso>라는 제목으로 3분여의 무반주 솔로 녹음을 남겼다. 얼핏 들으면 즉흥적이고 내키는 대로 부는 것 같지만 사실 이 곡은 그의 출세작이기도 한 <Body and Soul>의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연주한 것이다. 알 듯 말 듯한 멜로디의 긴장감 때문인지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피카소 그림 ‘거울 앞 소녀’를 마주하는 기분이다. 같은 코드의 다른 두 곡이 거울 사이에 놓인 두 소녀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