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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세헌 May 23. 2023

원더풀, 컬러풀

조 패스 1929.1.13 – 1994.5.23

  여러 재즈 레이블 중 파블로에 유독 정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레이블의 아티스트들을 떠올리면 어딘가 측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레이블은 재즈의 구심점이 다소 흔들리던 1970년대에 설립되었다. 설립자 노만 그란츠는 버브 레이블의 주인이기도 했으며, 캐나다에서 오스카 피터슨을 발굴했던 재즈의 베테랑이다. 그는 빅밴드 시절부터 모던 재즈를 개척한 오랜 경력의 뮤지션들, 그렇지만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가는 자들을 섭외해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 아트 테이텀, 카운트 베이시, 디지 길레스피 등 재즈 레전드를 비롯해 비교적 젊었던 오스카 피터슨도 포함되었다. 조 패스(Joe Pass)도 그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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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역시 젊은 축에 속했으나 약물로 인한 재활시기를 거쳐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고 있었다. 뛰어난 기타 테크닉을 자랑하던 그의 재능은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만개한다. 그는 기타를 잡은 아트 테이텀의 현신이었다. 기타 솔로의 신기원을 연 ‘Virtuoso’ 앨범 시리즈는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더욱이 같은 레이블 동료로서 오스카 피터슨, 엘라 피츠제럴드와 진행했던 협연은 파블로에 상업적인 성공까지 안겨주었다. 어쩌면 ‘재즈의 경로당’에 그칠 수도 있었던 곳을 조 패스의 기타가 새로운 긴장을 불어넣으며 일으켜 세웠고, 그 속에서 모두가 부활했다.


  파블로의 앨범 재킷 사진은 대부분이 흑백 톤이다. 컬러매체 시대 이전에 찬란한 전성기를 보낸 뮤지션들에 대한 상징적 표현일 것이다. 그들은 모두 파블로에서 컬러풀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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