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말하고 싶다.
1월 말 떠난 한 달간의 배낭여행이 끝났다.
베트남, 인도, 네팔, 태국을 다녀왔다.
여행의 목적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가기" + "바라나시에서 시체 보기" 였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던 인도를 가고 싶었던 이유는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음을 생각하다 보면 내 인생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이 잡힐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문구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장소를 가고 싶었다.
쾌쾌한 연기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서 시체도 보았고, 화장을 마친 유가족들의 씻는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덤덤한 표정의 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신의 아들이 지금 바로 앞에서 타고 있다고 했다. 순간 당황해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 후, 괜찮냐고 물어보니 원래 병이 있었다고 한다.
인도 여행을 마친 후, 포카라를 거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출발선에 발을 디뎠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생소한 문화들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2월의 안나푸르나는 정말 춥다는 것을 느꼈다. 고산병에 걸려 3일 동안 갈릭스프만 먹으며 좀비처럼 걷기도 했고, 하산 중 여권과 지갑이 든 미니백을 잃어버리기도 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이 취소가 되기도 했다.
총 8번의 비행기를 탔으며, 마지막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속에서 이번 여행에서 겪었던 특별한 경험들을 적기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분명 색다른 경험과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하지만, 내가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과감하게 "달라졌다"라고 답하기는 어렵다. 죽음을 바라보며 내 인생에 관해 생각하고 싶었지만, 갠지스 강을 바라보는 10분 동안 과장하나 없이 10명 넘는 사람의 인사, 사진 요청, 호객행위 등으로 인해 사색을 할 시간은 없었으며, 안나푸르나 등산 중에는 음식이 너무 맛없어 짜장면과 탕수육 생각만 3시간을 한 적도 있다. 내가 생각한 여행은 이게 아니였는데...? 라는 생각이 든 적이 많다.
매리 앤 래드마커가 쓴 이 글의 제목처럼 "달라졌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떠난 여행을 후회하는가? 라는 질문엔 과감하게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 내가 꿈꾸었던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더 여행스러웠다. 고산병을 이겨내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 정말 기뻤고, 인도에선 순수한 아이의 뜻밖의 선물을 받기도 했고, 10시간 넘게 흔들거리는 좁고 열악한 버스 안에서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했고, 숙소가 없어 새벽 2시까지 돌아다니던 태국은 낭만스럽기까지 했다.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이 경험들이 앞으로 나를 달라지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