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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베이커리 May 29. 2024

내 취향이 결국 '대만'이 된 건,

영화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평론


일본과 대만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극장에 가야 하는 이유로 충분했다. 나는 언제부터 대만을 7번이나 갈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을까? 평론을 써보며 그 시작점 찾아보기로 한다.


대만 타이난까지 목적지 없이 여행을 왔다는 일본 소녀 아미, 그리고 아미에게 첫눈에 반한 대만 소년 지미. 이들이 18살에 만났고 국적이 다르다는 설정은, 결국 이들이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암시한 것일지도.



영화 초반부에 아미는 천등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는 천등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한 대만의 '스펀'이라는 지역이 떠올랐다. 지미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대만에도 이런 곳이 있지만 많이 멀어"라며,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대만 사람들의 현실적인 태도다. 그리고 후반에서는, 결국 지미가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다'며 아미와 스펀에 간다. 곧 떠나는 그녀를 위해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대만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내가 겪은 현실적이면서도 순수한, 대만 사람들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지미는 수줍음이 많지만 솔직하고, 아미는 적극적이고 명랑하지만 비밀이 많다. 아미는 갑자기 타이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성공한 후에 연락하자고 한다. 여기서 나는 '아미는 왜 성공한 후에 만나자고 하는지'가 궁금했다. 아미에게 꿈을 이루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어쩌면 자신이 이루지 못하는 꿈을 지미는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지미는 그로부터 18년 후, 아미의 고향인 타다미에 간다. 타이난도, 타다미도 사실 관광지와는 거리가 멀다. 보편적인 장소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삶을 그려내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가 느껴지는 설정이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일에 지친 지미가 일본 타다미로 가는 동안, 관객들은 지미의 의도를 알지 못한다. 글로벌 게임회사 CEO로 성공한 서른여섯의 지미가 정말 '18년 전에 만난 소녀와 한 약속을 기대하고, 그녀의 고향으로 가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혹은 그저 순수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기차에서 만난 천진난만한 18살 일본 소년과의 대화도, 지미의 어두운 표정과 지친 모습과는 대조된다.



관객들이 큐브를 맞추듯 임의로 조합해보고 있을 때, 아미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리고 지미의 대사를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알려준다.


'많이 좋아했던 청춘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그녀의 고향에 간다고. 감독은 미숙한 청춘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려내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내가 대만 영화가 나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극장을 찾는 것도, 대만의 건물과 풍경을 보며 그곳을 그리는 것도, 결국 내 취향을 대만으로 만든 누군가의 영향과 과거가 있기 때문이겠지.


장르는 로맨스이지만, 감독의 의도처럼 '지금의 나'를 만든 '누군가'를 스쳐 지나가듯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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