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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원 Apr 16. 2023

[IP 비즈니스] ① 농담곰과 치이카와 & 오판츄우사기

캐릭터 사업은 충분히 스케일업할 수 있을까?

최근 스타트업 씬에서 가장 핫한 단어는 단연 '생성형 AI'일 것입니다. ChatGPT, Stable Diffusion의 등장과 이를 활용한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예전의 블록체인 열풍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킨다는 것에는 아주 공감하고 있으나, 모든 사업에 이러한 기술이 접목되어야 하는 것은 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에, 그것도 아주 초기 단계에 투자를 검토하는 저는 '피부로 느껴지는 대세에 편승하는 것은 오히려 뒷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매번 합니다. 최소 3-5년 후에 도래할 미래를 보아야 하는데, 제가 가진 역량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3-5년 후의 미래에도 굳건히 존재할, 어쩌면 더욱 성장할' 비즈니스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에 대한 단기적 결론은 'OSMU가 가능한 무언가'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 중에서도 생성형AI의 흐름을 타고 2차 창작물이 무한정 재생산될 수 있는 '캐릭터 IP'를 가장 먼저 다뤄보겠습니다.


농담곰의 성공


2014년 라인스탬프로 시작된 나가노 씨의 농담곰 캐릭터는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본래는 텍스트와 잘 융화될 수 있는 밍숭맹숭한 캐릭터의 오너캐(작가를 투영한 캐릭터)였다고 하는데요. 농담곰은 2018년 일본의 팝업 스토어를 시작으로 Loft 등의 잡화점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비플랏에서 국내 판권을 취득하여 이모티콘 및 공식 굿즈를 발빠르게 출시하였습니다. 작가의 오너캐를 시작으로 다양한 등장인물이 추가되면서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하였습니다. 만화강국 일본에서 살아남은 캐릭터답게 무수한 콜라보도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모종의 이유로 국내 판권이 종료되면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비롯한 공식 굿즈의 판매가 모두 중단되고 맙니다. 


국내 판권이 만료되고 만 농담곰 (출처: 나가노 작가 트위터)


한 가지 다행인 것은, 2023년 '담곰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복귀가 확정되었다는 겁니다. CU와의 콜라보를 통해 화이트데이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구글링해보니 후술할 치이카와(먼작귀)의 국내 유통사인 대원미디어가 '담곰이'를 다시금 국내에 선보인 것 같습니다. 공식 보도자료는 없다보니 이 부분은 그냥 언급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국내 판권 중단과 관련없이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그 인기가 예전같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 위상을 치이카와가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을 휩쓸고 있는 치이카와의 위상


치이카와는 앞서 다룬 농담곰의 원작자인 나가노 작가의 두번째 IP입니다. 농담곰과 마찬가지로 트위터에 공유하던 낙서로 출발한 이 캐릭터는 2020년 개별 트위터가 개설되며 공식화되었습니다. 치이카와는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라는 뜻으로, 한국에서는 '먼작귀'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확실히 농담곰에 비해 치이카와 관련 굿즈는 폭발적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내 굴지의 애니메이션사인 '대원미디어'가 유통을 담당하다보니 확실히 그 파급력도 큰 것 같습니다. 


일본을 상징하는 캐릭터는 정말정말 많습니다. 오죽하면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이 보유한 IP로만 개막식을 꾸려도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렇듯 IP의 천국인 일본을 지배하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치이카와입니다. 일본의 닛케이에서 트렌드 베스트 30이라는 순위를 매년 발표하는데, 2022년 순위에서 1위는 야쿠르트1000, 그리고 2위가 바로 치이카와였습니다. 현재 일본 대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치이카와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연말에 일본에 방문했는데요. 모든 잡화점에 치이카와 굿즈, 가챠머신, 그리고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주고객층은 1020 여성이었고, 심심치 않게 한국말도 들렸던 것으로 보아 한국인들도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니즈가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농담곰(가운데)과 먼작귀 멤버인 하치와레(좌) 및 치이카와(우)


농담곰과 치이카와의 성공요인


일본 트위터의 낙서에서 시작한 농담곰과 치이카와는 공통적으로 단순한 그림체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유려한 3D나 화려한 채색없이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개인적으로 분석하여 보겠습니다. 다만, 덕력이 부족하여 이들의 귀여움 대신 사업적 구조 위주로 작성한 점 양해바랍니다.


1. 한일 문화의 가교, 트위터

캐릭터, K-POP, 애니메이션, 연극/뮤지컬 등 소위 깊은 팬심을 요하는 IP는 트위터에서 바이럴됩니다. 농담곰과 치이카와도 그 시작이 트위터였습니다. 소위 'MZ스럽게' 자신의 취향을 기꺼이 공유하는 트위터 유저들은 최고의 에반젤리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농담곰의 귀여움을 다른 사람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기꺼이 번역 후 재배포할 정도니까요. 


2. 덕후 문익점

트위터를 통해 바이럴된 농담곰과 치이카와를 보고 마음을 뺏긴 사람들은 단순히 이미지로만 접하는 것을 넘어 실물 굿즈를 소장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국내에 정식 유통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 때, 이러한 얼리어답터를 위해 기꺼이 일본에서 굿즈를 유통해오는 '문익점'이 존재합니다. 물론 상업적 목적이기 때문에 여기서 일종의 '국가간 아비트라지'가 발생합니다. 물론, 팬덤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비행기값보다 싸기 때문에 기꺼이 이를 구매합니다. 대표적으로 홍대에 위치한 수바코가 있습니다. 일종의 큐레이션 커머스이기 때문에 MD의 역할이 꽤 중요한 시점입니다.


3. 국내에 자리잡은 팝업스토어 & 서점

앞서 2번에 설명한 '덕후 문익점'이 많아지면 아예 공식적으로 유통하려는 큰손이 나타나게 됩니다. 대원미디어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수바코와 같은 자체 소품샵을 운영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신촌, 홍대, 성수 등 주요 고객층이 군집한 곳에 팝업스토어를 엽니다. 치이카와는 실제로 지난 12월에 홍대에서 팝업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서도 니즈가 확인되면, 그 다음으로 각종 서점에 자리하게 됩니다. 해당 굿즈는 SKU상 서점에서 취급하기 딱 좋은 스티커, 메모지, 다이어리 등이 제일 많기 때문입니다. 소품샵 - 팝업스토어 - 서점까지 전형적인 Chasm Theory를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New 가챠(Gotcha) 문화와의 적합성

한 때 국내에서 가챠 문화는 반드시 근절해야 할 것으로 치부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필두로 국내 게임계에 만연한 '확률형 아이템' 제도는 국감에 수시로 오르내리며 규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로 '게임=도박'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챠 문화는 한정판 문화와 결합하여 다시금 국내에 유행하고 있습니다. 전국민이 광기에 휩싸였던 포켓몬빵, 그리고 주식하는 아저씨들에게까지 존재감을 드러내었던 우마무스메가 다시금 가챠 문화를 부흥시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젤리를 사면 그립톡을 줍니다. (4,900원)


실제로 '먼작귀 컬렉션 스마트톡 & 젤리'는 CU 캔디류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포켓CU를 보고 주변 편의점을 싹 다 돌아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20종의 스마트톡 중 어떤 것이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일종의 도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앞서 언급한 '확률형 아이템' 사태와 결이 다릅니다. '유독 좋은 아이템 1개 + 나머지 곁다리(사실 쓰레기) 아이템' 구성이 아니라, '최애는 있지만, 어떤 것이 나오더라도 다 나름대로 좋은 것'이라는, 꽤 무차별한 재화 간 가챠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포켓몬빵 열풍과 마찬가지로 유독 비싼 가격에 리셀되는 것도 있습니다. 아마 눈치채셨겠지만, 이는 K-POP 팬덤에서 공고히 자리잡은 '앨범깡' BM과 거의 동일합니다.


Next 치이카와: 오판츄 우사기


최근 일본에 방문해 치이카와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언급했는데요. 치이카와 못지않게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IP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오판츄 우사기(opanchu usagi)입니다. 제 리서치의 8할을 책임지는 나무위키 문서가 개설되지 않아 많은 내용을 담기는 어렵습니다. 오판츄 우사기 공식 트위터는 61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농담곰과 치이카와의 원작자인 나가노 트위터의 팔로워가 79만임을 고려하면 이 역시 굉장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판츄 우사기 공식 트위터 배너 - 묘하게 킹받는다


사실, 치이카와는 한국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오판츄 우사기는 아예 몰랐음에도 일본에서 정말 많이 마주쳐서 알게 된 케이스입니다. 오판츄 우사기의 원작자는 틱톡유튜브에서 주로 K-POP 덕질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해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틱톡 초반에는 날것의 낙서 형태였다가 점차 오너캐(인간 여성)와 오판츄 우사기의 컨셉이 고도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오판츄 우사기는 국내에서 트위터나 소품샵 등에서 유통되는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 하지만 원작자가 K-POP 덕질을 통해 국내 덕후의 결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국내 얼리 어답터를 시작으로 빠르게 확산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VC는 캐릭터 IP에 투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할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기상어로 소위 대박친 더핑크퐁컴퍼니도 VC의 투자대상이 되었죠. 국내에서 '파산핑'으로 불리는 SAMG엔터테인먼트의 '캐치!티니핑' 또한 중국에서 OTT 1위, 700억원(추산)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캐릭터 IP의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드 단계에 투자하는 제가 투자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반응이 나오는 IP는 이미 시드 단계를 넘어섰을 것이고, 컨셉뿐인 캐릭터 IP가 성공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안목은 제게 없습니다. 다만, 아주 유아적인 컨셉 대신 농담곰, 치이카와, 오판츄 우사기와 같은 케이스라면 시드 단계에서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상기 고객층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IP 유통 구조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는 팀이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뉴트로에 집중하는 K-POP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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