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고, 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습니다.
이 문제라는 것도 사실 각자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세콰이어캐피탈의 'Writing a business plan'에도 표제 다음의 첫 본문은 '문제'로 시작합니다. 창업자가 동일한 현상을 어떻게 문제로서 재정의하느냐에 따라 이 사업이 목표로 하는 해결방안, 시기, 시장크기, 경쟁사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다양한 문제 중 비즈니스로 해결해 볼 수 있는 것은 대략 아래와 같지 않을까 합니다.
내가 이걸 하고는 있는데, 더 잘할 수는 없을까?
이거는 진짜 하기 싫다. 이걸 안 할 수만 있다면 너무 좋을텐데!
이거 하고 싶긴 한데, 나는 이걸 할 수가 없는 상황이네.
첫번째는 다양한 생산성 관련 스타트업에 해당합니다. 이 문제는 상당히 명확합니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너 이거 잘 안되지? 이거 한 번 써볼래?" 하는 겁니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이걸 더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하면 이들은 '전도사'가 됩니다. 전도사들은 우리 앱의 효험과 효능을 스스로 기꺼이 설파합니다. 노션, 슬랙 등은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죠.
두번째도 꽤 명확합니다. "내가 하기 싫은 걸 대신 해준다고? 좋지!" 그동안 이런 류의 비즈니스가 많았던 이유입니다. 하기 싫은 무언가를 대신 해준다는 것은 너무나 큰 가치 제안입니다. 게다가 심지어 내가 혼자 뚝딱거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이것만한 것이 없습니다. 삼쩜삼, 테이블링, 미소 등이 이러한 부분에 소구하여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제가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사실 세번째입니다. 내가 분명 이걸 하고 싶긴 한데,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걸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걸 한 단어로 축약하면 '양극화'입니다.
일단 양극화는 박탈감이라는 것을 유발합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모두가 하거나, 모두가 하지 못하는 것에는 굉장히 둔감합니다. 저보다 제 친구가 숨을 더 효율적으로 쉰다고 화가 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저기 있는 쟤가 하는데 나는 못한다? 이 때부터 박탈감이 생깁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진부한 말이 여기서도 통합니다.
두번째로 이걸 할 수 있는 사람, 즉 수혜자가 영향력이 더 강한 경우에는 양극화가 비수혜자에 대한 소외로 이어집니다. 수혜-비수혜가 주류-비주류로 이어져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맙니다.
박탈감과 소외라고 하니 마치 도덕이나 사회 교과서를 펼쳐야만 할 것 같습니다. 양극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덕 시간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 사회 시간에는 정부의 복지 확대를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배려하는 마음을 전 인류가 모두 함양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기 때문에, 보통 우리는 정부가 양극화를 해결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수 년간은, 그리고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23년부터 우리나라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로 해야 한답니다. 정치적 이슈와 관계없이 '1) 코로나19로 인한 유례없는 경기부양책, 2) 고령화와 저출산로 인한 피부양인구 급증'이 맞물렸기 때문에 당분간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공공 영역에서 커버할 수 없다면 민간에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정부가 직접 시행하는 정책에 비해 파급력이 약할 수는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민간에서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대기업이 대신 복지에 힘쓰는 겁니다. 실제로 대기업은 (ESG 영향도 있으니) 활발한 사회기여 활동을 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양극화 해소에 기여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이러한 사고의 흐름으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위험에 대한 선호도가 다릅니다. 정확히는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기대하는 효용의 수준이 다릅니다. 누군가 바이낸스 100배롱을 잡을 때 삼성전자 -100원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게 뭐가 문제냐구요? 원래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역대급 유동성 파티로 인해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코인/주식 부자가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코인/주식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 또는 어떤 투자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진 것이 문제입니다. 이를 금융 문해력 부족으로 진단하고 수많은 금융/투자 교육 서비스가 출사표를 냈으나 (아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해결책: 위험중립적인 AI, 위험을 공유하는 자산운용 모델. 그런데 +α 를 곁들인.
로보어드바이저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시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알고리즘을 거쳐 AI가 자동으로 투자를 해준다니 정말 신기한 세상입니다. AI는 기본적으로 위험중립적입니다. 위험을 감수한만큼만 효용을 기대합니다. 스타트업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론을 적용하여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여기에 위험성향에 따라 조금씩 조정이 들어간 모델로 고객의 투자를 보조합니다. 스타트업은 이익이 발생할 때 일부를 성공보수로 가져갑니다. 고객의 위험 일부를 대신 감수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프리미엄을 가져가는 위험 공유 모델입니다. 국내에서는 10년대 후반에 관련 스타트업이 크게 성장하였으나 루나 & FTX 사태를 기점으로 성과가 많이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여전히 해당 모델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유동성이 줄었고 시장 외적인 변수도 고려해야 하며 고객들은 더 어렵고 많은 것을 요구할 뿐입니다. 실제로 자신만의 +α 를 가지고 로보어드바이저 2.0을 준비하는 곳들이 여럿 있습니다. 향후 해당 팀에 대해 소개하는 글도 적어볼 생각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세대를 획일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대별로 형성된 진입장벽을 낮출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입장벽은 몰이해를, 몰이해는 반목과 혐오를 부르는데 여기서 오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건 꼭 되든 안되든 해결이 필요합니다.
오늘의집, 마이리얼트립, 배달의민족, 무신사, 토스, 쿠팡과 같은 슈퍼앱이 얼마나 편리한지는 모두 아실겁니다. 또 손택스, PASS, COOV와 같은 전자정부 관련 서비스도 많이들 사용했거나 하고 있습니다. 요새 또 키오스크는 얼마나 편하고 좋습니까? 상기 서비스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해당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니어에게는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온보딩이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유자재로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으십니다. 하지만 그분들도 그렇게 되기까지 자녀, 배우자, 지인의 도움이 필수적이었을 겁니다.
해결책1: 온보딩이 (거의) 필요없도록 해보자
제 글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아웃스탠딩 기사를 통해 접해보셨을 신한은행의 시니어 ATM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에 맞는 모바일 UI가 아닌, 직관적인 텍스트 & 이미지로 구성된 화면을 통해 온보딩이 필요없는 수준으로 ATM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시니어 타겟 서비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존 서비스를 보조하는 컴포넌트 (서초톡톡, 큰글씨연락처)
- 후기를 보면 여전히 온보딩이 미비해 사용조차 못하겠다는 댓글이 많음
2) 시니어 O2O 플랫폼 (케어링)
- 수혜자(시니어)와 실제 유저(자녀)가 다르기 때문에 온보딩이 필요없음
- 사실 쿠팡이나 컬리도 유사한 구조. 부모님 댁으로 주문해주는 자녀가 상당히 많음.
- 3X3 또는 2X2 방식 대신 1품목씩 보여주는 큼지막한 UI & 적절한 큐레이션
- 4050, 그 중에서도 사실상 40대 중심의 서비스로 타겟을 조정해 사실 시니어라고 보기 애매
- 50대 이상을 타겟으로 하는 패션 커머스인 라빔도 참고해볼 수 있음
특히 케어링과 퀸잇/팔도감은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며 수많은 패스트 팔로워를 만들어냅니다.
해결책2: 아예 온보딩을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슈퍼앱, 전자정부, 키오스크 등의 사용성 개선이 첫번째 해결책이라고 한다면, 아예 발상을 전환하여 이런 서비스의 온보딩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또다른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똑비는 시니어의 개인 비서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구매, 예매, 추천, 검색이라는 4가지 요청을 채팅창에서 접수하여 대신 수행해주는 것이죠. 예를 들어, 홈쇼핑 채널에서 밍크코트를 할인하고 있는 것을 본 박씨 할머니가 있습니다. TV에서는 앱으로 주문하면 싸다고 난리인데...
할머님이 밍크코트를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안: 앱 설치 - 휴대폰 인증 - 회원가입 - 결제수단과 6자리 비밀번호 등록 - 앱 전용 쿠폰 다운로드 - '현재 방영 중' 배너 터치 - 밍크코트를 장바구니에 담기 - 쿠폰 적용 - 배송지 등록 - 결제비밀번호 입력 - 결제 완료
2안: '1안'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녀에게 카톡하기
3안: TV화면을 촬영해 보내면서 '똑비야 지금 이 코트 주문해줘' 라고 부탁하기
2안과 3안은 할머님 입장에서 거의 비슷한 고객 여정입니다. 여기서 느끼셨겠지만, 똑비는 사실상 자녀를 대신해 부탁을 들어주는 비서입니다. 효자/효녀를 두셨다면 사용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하지만 똑비를 사용하면 부모와 자녀 모두 효용을 누리게 됩니다.
부모: 자신도 앱으로 싸게 물건을 샀다는 자신감 + 바쁜 자식한테 귀찮은/아쉬운 소리 안해도 됨
자녀: 바쁘거나 귀찮음을 숨기지 못하고 짜증내게 되는 상황을 예방
이렇게나 지면을 할애한 이유는 사실 제가 투자를 주도한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검토를 했습니다. 정말 괜찮은 서비스이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한 번씩 써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현재는 안드로이드만)
요새 1020의 문해력 부족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미디어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오는 문제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티피셜소사이어티(레서)와 같은 스타트업이 눈에 띄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텍스트 소화력을 증진시켜주려는 스타트업은 꽤 성장하였다고 판단하여 초기 투자자로서 주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는 한 차원 더 좁은 범위의 문해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금융 문해력입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금융문맹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나, 저는 크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금융 문해력이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금융 문해력을 '통화/재정정책의 변화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유/무형의 재산에 작용할 각종 변수에 적절히 대응할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금융문해력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책1. 재미있는 방식의 체험형 교육 - 10대 한정
아이에게 부모 계좌가 연동된 결제수단을 지급하고, 심부름이나 금융 교육 컨텐츠를 즐기면 용돈을 받습니다. 아이는 그 용돈으로 소비/저축/투자/기부를 하며 자신의 소비 습관을 구축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부모가 관찰하며 아이의 금융교육을 관장하고 부모-자녀 간 소통이 잦아지며 돈독한 가족관계를 구축하는 겁니다.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 아닌가요? 제가 가장 먼저 생각했다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미국의 Greenlight라는 서비스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레몬트리의 퍼핀이나 모니가 유사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상기 모델은 아니지만 게이미피케이션 방식의 체험형 금융 교육을 고안해본 적이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 진행했던 공모전에서였는데요. 이렇게 심사역이 될 줄 알았다면 프로덕트로 한 번 만들어 볼 걸 그랬습니다.
해결책2. ?
해결책1에서 언급한 서비스는 모두 각자 다른 매력으로 좋습니다. 저렇게 성장한 10대가 사회에 진출한다면 탄탄한 금융 문해력을 지닐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아기자기한 금융교육을 받기에는 늦어버린 20대 이상은 어떡하면 좋을까요? 해결책1로 인해 미래의 대한민국이 금융문해력이 우수해진다고 하면, 지금 2023년의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할 곳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고 계시다면 제가 애타게 찾고 있는 분이니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간만에 글을 쓰다보니 너무 주절주절 길어진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더욱 금방, 정리된 글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