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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Mar 28. 2024

집단적인 정체성을 가지는 종친회(宗親會)

통합을 추구하고 협력적인 조직을 형성하려고 하였다.

업적·명예 등 같은 친족집단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자산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었다.


그들은 공동의 재산으로 조선숭배를 위한 제사와 사업을 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종손(宗孫)을 보호, 유지하며 빈한한 성원을 돕고 청소년의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집단의 공동복리를 추구하며, 또 법률적 · 도덕적 규범에 위반하는 성원에 대해서는 경고 · 매질 · 추방 또는 친족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할보(割譜)주3 등의 형태로 직접 제재를 가함으로써 사회 통제의 기능까지 하였다.


그리하여 이러한 종친회는 하나의 독자적인 협력체계를 형성하면서 동시에 상위조직인 파종회 또는 대종회의 활동에서 중요한 기본 단위의 구실을 하였다.


즉, 상위조직 단위의 제사 기타 공동활동에서 대표를 선출하는 단위가 되기도 하며 족보를 편찬할 때에 명단을 수집하는 수단사업(修單事業)의 단위가 되기도 하며, 또 공동재산을 설립할 때에 그 몫을 분담하는 문배(門配)의 단위가 되기도 하였다.


전통사회에서 대종회-파종회-종회 등의 친족조직은 조상의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문중과 함께 전통적인 친족제도를 유지하고 중요한 틀을 이루었으며, 그러한 조직은 하위 단위로 내려갈수록 형식적으로 더 정비되고 또 실질적으로도 강한 협력인 체계를 유지하였다.


신분제도가 폐지되고 사회적 · 지리적 이동이 커지는 산업사회에서는 친족제도가 일반적으로 쇠퇴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친족제도의 틀을 이루는 친족조직이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지역사회의 인구가 도시로 떠남에 따라서 자연촌 중심의 하위친족 단위의 조직이 쇠퇴하는 반면에 파종회 또는 대종회 등의 상위친족 단위의 조직과 기능이 이전보다 더 정비, 강화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근래에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파보(派譜)주4 또는 대동보의 편찬도 그러한 상위 단위의 종친회 조직에 대한 지향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상위 단위의 종친회 조직에 대한 지향성은 동성동본 단위의 종친회를 조직하는 데 끝나지 않고, 조상이 같다고 전해지는 동성이본(同姓異本) 또는 이성동본(異姓同本) · 이성이본(異姓異本) 집단도 하나의 통합된 종친회를 조직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김해 김씨 · 김녕 김씨 · 양근 김씨가 공동으로 조직한 익화 김씨 종친회(益和金氏宗親會), 김해 김씨 · 인천 이씨 · 김해 허씨가 공동으로 조직한 가락 중앙 종친회(駕洛中央宗親會) 같은 것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위친족 단위의 종친회는 조직을 정비, 통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즉, 족보의 편찬은 물론 조선숭배를 위해서 묘역(墓域)주5 · 재실(齋室)주6 · 제각(祭閣)주7을 보수, 강화하기도 하고 성씨의 역사서 · 인물지 등을 발간하기도 한다.


또, 친족집단 정체성을 확인하고 공동의 복리를 추구하기 위해서 회관건립과 장학사업 실시, 종보(宗報) 발간, 친족집단 공동의 공원묘지 조성, 신년하례, 종원의 구휼사업, 친목회 같은 것을 열기도 한다.


이는 자연촌락을 중심으로 집단거주하던 친족집단이 산업화에 따라서 도시를 중심으로 지리적으로 다시 배치되고 사회경제적으로 계층이 다시 편성되며 교통 · 정보수단이 발달함에 따라서 전통적인 친족제도가 쇠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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