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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Mar 28. 2024

50년 연구 '성씨의 발생사…'출간 족보학자 편홍기옹

중앙일보 입력 1999.09.07 00:00

"제가 죽으면 한국의 족보도 사라진다는 위기감 때문에 50년간 연구했던 한국의 족보를 집대성하게 됐습니다. "

원로 족보학자인 편홍기 (片泓基.78) 옹이 평생 연구해온 족보사를 완결한 '성씨의 발생사 및 씨족별 인물사' 를 다음달초 출간키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片옹은 1천2백쪽 분량의 이 책에서 국내 2백50여개 성 (姓) 씨가 생겨난 연유 (緣由) 를 망라하면서 대표적인 1백60여개의 씨족 중 4천2백명을 선별해 인물사를 정리했다.


경성제대 수학과 출신으로 교편을 잡았던 片옹이 족보연구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30세 때 자신의 조상이 누구인지 밝혀내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부터.


80년에 '片' 씨의 조상이 임진왜란때 귀화한 명 (明) 나라 장군이라는 것을 밝혀낸 그는 이후 아예 직업을 정리하고 족보연구가로 나섰다.


片옹은 이때 임진왜란시 명나라에서 온 장군들이 귀화해 생긴 성인 가 (賈).동 (董).마 (麻) 씨의 후손을 모아 명의회 (明義會) 를 조직했다.


당시 임진왜란사를 연구하면서 포르투갈인이 명나라 잠수병으로 국내에 파견됐던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 이 공로로 95년 포르투갈대통령이 주는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片옹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 중인 2백50개 성 가운데 귀화성은 1백36개. 신라 때 40여개, 고려 때 60여개, 조선 때 30여개가 들어왔고 이중 1백30개는 중국이 근원이다.


나머지 6개는 베트남에서 온 정선 이 (李).화산 이 (李)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덕수 장 (張) 몽고에서 온 연안 인 (印) 티베트지방의 위구르족에서 온 경주 설 (설) 씨 등이다.


또 임진왜란 때 일본인 장수 사야가 (沙也可)가 귀화, 김충선 (金忠善) 으로 개명하면서 김해 김 (金) 씨의 한 파 (派) 를 이룬 것이 유일한 일본계다.


"1백여명밖에 없는 희귀성도 있습니다. 충청도 청양에는 꿕(天밑에 鳥) 씨가, 강화도에는 종 (鍾).운 (雲) 씨가, 전남광주에는 빙 (氷) 씨 등이 희귀성이죠. "


반면 고구려 때 쓰던 연개.을지.을 등 30여개의 성은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片옹은 "태 (太) 씨는 발해건국자인 대조영의 후손으로 고려 때 왕건을 만나 성을 태씨로 바꿨다" 며 "남은 인생 동안 이같이 족보에 얽힌 흥망사를 정리하겠다" 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장관인 안호상(1902~1999) 박사가 장관시절, 중국의 세계적 문호 임어당(林語堂, 1895~1976)을 만났을 때 여담처럼 말했죠.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 놓아서 우리 한국까지 문제가 많다’ 고요. 그러자 임어당이 놀라면서 ‘그게 무슨 말이오?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인데 그것도 아직 모른단 말입니까?’라는 핀잔을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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