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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동안남 Sep 09. 2023

23편 : 아버지의 첫 자동차 현대자동차 쏘나타 중고차

쏘나타 중고차를 애지중지하시고, 안전 운전을 강조하신 아버지의 모습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녔을 때였다. 당시, 우리 집에는 자동차가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매일 회사 버스를 이용하셨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에 대한 활용도를 크게 느끼지 못하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차를 써야 하는 상황들이 일어났다. 설과 추석에는 친척집 방문, 방학 때는 멀리 여행을 가기 위한 용도, 기타 볼일을 보기 위한 용도 등 다양하게 자동차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고심 끝에 아버지께서는 중고차를 구입한다고 우리 가족에게 말씀하셨다. 갑자기 나는 아버지께서 갑자기 자동차가 왜 필요한 지 궁금했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도 이제 자동차 몰아봐야지, 언제까지 늘 버스 타고, 기차 타고, 남의 눈치 보며 차를 얻어 탈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아버지께서도 결국 현실 앞에 자동차 구입을 결정하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자동차는 고가의 자산이었다. 그래서 엄청난 돈이 필요했기에 고민하셨고, 결국 중고차를 구입하셨다.


'쏘나타' 지금 출시되는 현대자동차 쏘나타는 디자인도 좋고, 시스템도 훌륭하다. 하지만 필자가 봤던 어린 시절의 쏘나타는 그러하지 못했다. 더구나 중고차였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지경에 이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구입하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계약했다. 이제 자동차 탄다. 그런데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 후, 드라이브해보자.' 아버지께서는 오래전 운전면허를 습득하셨지만, 꽤 시간이 흘러 자동차를 몰게 되었으니 연습은 당연지사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러 공터를 활용해서 친구분과 주말마다 운전교습을 받는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 가족은 드디어 아버지가 구입하신 중고차를 봤다.


회색 컬러에 큰 덩어리 같은 모습. 진짜 광고에서 보던 쏘나타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부품을 몇 번 갈고, 약간 낡은 것이 있지만, 그것을 교체를 해서 꽤 탈 수 있다고 하셔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도 쏘나타 중고차를 보면서 우리도 드디어 자동차라는 것이 생겼다는 그 자부심?, 아니면 기쁨?, 아니면 다행이라는? 감정이 나타났던 것 같았다. 또한, 자동차가 없었을 때, 친척들에게 얻어 타고 기차와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며 겪었던 고생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런 고생이 이제 사라지는 순간이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 후, 아버지께서는 우리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쏘나타를 몰고 드라이브를 했다. 처음부터 먼 거리는 아니었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의 관광지였던가?, 아니면 무슨 명소로 기억한다. 아버지께서는 성격이 꼼꼼하셨다. 그래서 운전을 정말 체계적으로 하셨다. 시동 거는 것부터 차간 거리 등등 모든 것을 규칙적으로 하셨다. 지금이야 자동차 기술이 발달해 내비게이션이 있고, ABS 장치도 있는 등 안전 부문과 모든 점에서 훌륭하지만 당시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성격 상 조심하고 신중한 주행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가족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첫 여행이고, 나들이였고, 그래서 긴장감이 돌았고 앞 유리만 보면서 숨죽이며 쏘나타를 탔고, 여행지를 갔다 온 뒤 집에 무사히 도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의 중고차는 여러 차례, 중간중간 부품 갈아야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큰 고장 없이 잘 달렸다. 그래서 이 중고차로 우리 가족은 여러 곳을 여행했고, 추억을 남겼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소재도 생기게 되었다. 이런 중고차였으니, 아버지께서는 정말 애지중지하셨다. 앞에서 말한 아버지의 꼼꼼한 성격이 자동차 관리에도 녹아들었건 것이다.


매일 주행거리를 체크했고, 먼지 방지를 위해 더러운 것을 항상 제거하셨고, 틈만 나면 세차를 하셨다. 우리 가족은 처음에는 아버지의 자동차 아끼시는 모습이 좋았는데, 시간이 흘러도 더 애지중지하시니 결국 어머니께서는 자동차를 사랑하냐면서 잔소리를 했던 기억이 아주 생생하다. 그만큼 아버지의 중고차 쏘나타 사랑은 지극하셨다.


시간이 더 흘러, 필자가 대학생이 되었다. 얼추 10년 이상이 지났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아버지께서는 여전히 회색 중고차 쏘나타를 운전하셨다. 아버지의 철저한 운전 습관과 관리가 비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관리도 점점 어려워졌다. 더 이상 자동차의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좀 더 시간이 지나 아버지께서는 애지중지하던 회색 중고차 쏘나타를 폐차할 것이라고 우리 가족에게 말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크게 슬퍼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애지중지 관리하시고, 운전도 신중하게 하셨고, 우리 가족을 위해 천천히 운전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도 추억을 많이 쌓았는데 말이다. 어찌 보면, 아버지께서는 이제 새로운 자동차를 구입한다는 기대감에 잠시 동안의 폐차에 대한 슬픈 감정이 사그라졌는 지도 모른다.


결국, 회색 중고차 쏘나타는 사라졌고, 검은 그랜저가 우리 가족과 만남을 갖게 되었다. 검은 그랜저, 아버지께서는 이 자동차를 더욱 좋아하셨다. 중고차 쏘나타보다 더 애지중지하셨다. 그래서 더 관리에 철저하셨다. 필자가 운전 연습할 때, 아버지의 그랜저로 주행할 때마다 많이 혼이 났다. 정말, 답답하고 힘든 그 운전 연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그런 잔소리가 없어졌지만, 그만큼 아버지께서는 안전 운전과 올바른 자동차 관리에 집중하셨던 것 같았다.


길거리를 나가다 보니, 요즘은 수많은 회사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와 승합차, 그리고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트럭 등 다용도의 차량들이 많이 보였다. 이 차량들은 성능도 좋고, 차체도 탄탄하고, 기능도 최신식이라서 많은 운전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티코, 다마스, 콩코드, 캐피탈, 슈퍼살롱, 프린스, 그레이스, 스텔라, 프라이드' 등 소위 전설로 불리는 차량들이 21세기 현재 내 앞에서 지나가면 예전 아버지가 구입하신 회색 중고차 쏘나타가 떠오른다. 그 차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 동시에 고전이라고 불리는 차들이 아직도 도로를 누빈다는 생각에 신기함도 들었다.


문득, 여러 대의 자동차를 보면서 필자는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제발, 운전은 천천히 해라. 그리고 자동차는 부서지더라도 사람은 다치게 하면 절대 안 된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 어른이 된 상황까지 늘 말씀하시는 안전 운전, 아마도 아버지께서는 중고차를 애지중지하시면서 관리에 따른 어려움과 안전 운전의 중요성을 느끼신 것 같았다. '늘 조심해야 한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처음에는 짜증 나고 답답하고 귀찮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너무도 무섭고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귀중한 조언이 되었다.


요즘, 차량들의 사건 사고를 볼 때마다 왜 운전자들은 생각이 없고, 조심성이 없는 지를 모르겠다. 정말, 자동차를 아낄 정도의 정성으로 운전하는데, 사람 목숨을 생각한다면 그 배 아니 수억 배 이상의 정성이 필요한데 말이다. 안타까움이 바람결에 너무도 차갑게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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