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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정 Oct 28. 2024

소윤아, 안녕?

소윤아, 안녕? - 3화

  

  윤봄희 작가님이 게시판 앞으로 다가갔다. 커다란 게시판에 연두색 사과 모양, 분홍색 별 모양, 하늘색 네모 모양 메모지가 촘촘히 붙어 있었다. 사과 모양의 우리 반 메모지가 제일 예뻐 보였다. 윤봄희 작가님 눈에도 그렇게 보이겠지? 히힛.


  윤봄희 작가님이 메모지를 훑으며 눈에 띄는 질문을 읽고 대답했다.


  “와! 참 신선한 질문이네요. 이거 쓴 친구는 누구일까요?”


  70명이 넘는 아이들 속에서 3반 여자아이가 수줍게 손을 들었다.  


  “이건 두두랑 초이를 정말 재밌게 표현했네요. 어느 친구가 그린 건가요?”


  이번에는 2반 남자아이가 자랑스럽게 손을 들었다.


  잠시 후, 윤봄희 작가님이 하늘색과 분홍색 메모지를 지나 연두색 메모지 앞에 섰다. 콩닥거리던 내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내 메모지를 읽고 누가 쓴 거냐고 물으면 어떡하지? 부끄러워서 어떻게 손을 들지? 아, 괜히 메모지를 세 장이나 써 붙였나 보다.  


  윤봄희 작가님이 메모지를 골라 읽을 때마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작가님 눈에 띈 메모지를 쓴 아이들은 싱글벙글했다.     


  “여러분이 두두 이야기 읽고 이렇게 많은 감상을 남겨 줬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어쩌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읽어 볼까요?”


  윤봄희 작가님의 눈이 메모지를 훑었다. 나는 긴장되어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쓴 글이 작가님 입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아, 어떡하지? 나는 작가님의 눈과 입만 쳐다보았다.


  “오, 마지막으로 이게 좋겠네요. 작가가 되어서 가장 좋은 게 뭔가요?”


  내가 쓴 메모지가 아니다. 휴우, 주먹이 스르르 풀렸다. 그런데 마음이 놓이면서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음, 작가가 되어 가장 좋은 건 바로 오늘 같은 날이에요. 제가 쓴 이야기를 어린이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거든요.”


  윤봄희 선생님이 봄꽃처럼 말갛게 웃었다. 아이들은 와! 하며 손뼉을 쳤다. 나도 얼떨떨한 채로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작가와의 만남이 끝났다. 세 장이나 쓴 메모지가 한 장도 읽히지 않고 말이다.


  시소처럼 오르내리던 마음이 푹 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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