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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정 Oct 28. 2024

소윤아, 안녕?

소윤아, 안녕? - 4화

   

  반별로 윤봄희 작가님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우리 1반이 제일 먼저 앞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윤봄희 작가님 곁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 속에서 키가 훌쩍 큰 은솔이가 작가님을 와락 껴안았다. 처음 보는 작가님을 껴안다니. 저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는 놀랍고 부러워서 눈만 끔벅거렸다.   


  “저, 작가님 좋아해요! 옆에 서서 찍을 거예요.”


  이호준이 비집고 들어가 윤봄희 작가님 옆에 섰다. 게다가 작가님 손도 덥석 잡았다. 아까는 메모지에 쓸 말 없다고 툴툴대더니, 어이가 없다.


  아이들은 서로 작가님 옆에 서려고 옥신각신했다. 결국 선생님이 자리를 잡아 주었다. 키 작은 나는 떠밀려 맨 앞줄에 서야 했다. 힐끔 돌아보니 작가님은 두 줄이나 뒤에 서 있었다.

  찰칵. 찰칵. 나는 입꼬리를 겨우 끌어올려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나자 선생님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작가님 책을 가져온 친구들은 이쪽으로 줄을 서세요! 아쉽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책 가져온 친구들만 사인받도록 할게요.”


  이건 또 무슨 말이지? 파지지직. 내 머리 위로 요란한 번개가 쳤다.  
  


  내일도 빛날 다미에게♡
  


  다미가 책에다 받아 온 사인을 보여 주었다. 가지런한 글씨 아래 윤봄희라는 그림 같은 사인이 있었다. 봄의 ‘ㅂ’을 꽃봉오리 모양으로 그려 넣은 예쁜 사인이었다.  


  사인을 받는 시간이 있다고 미리 말해 주지 않은 선생님이 밉다. 알아서 책을 사 주지 않은 엄마도 밉다. 책을 사 달라고 하지 않고 다미 책을 빌려 읽은 내가 제일 밉다.

  다미는 책을 한 번밖에 안 읽었는데! 나는 세 번이나 읽었는데! 아까 퀴즈의 답도 내가 알려 준 건데!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다미가 초콜릿을 까서 내 입에 쏙 넣어 줬다. 퀴즈를 맞히고 받은 거니 내가 먹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먹어 본 초콜릿 중에 제일 쓴맛이다. 이렇게 쓴 초콜릿을 가져오다니, 윤봄희 작가님도 밉다. 엉엉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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